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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꾸 밖으로 도는 아이, 어떻게 할까요?

  • 관리자
  • 2020-09-08 09: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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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들의 1년 남짓 된 방황이 줄어들지 않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전교권 안에 드는 모범생이었는데, 그맘때쯤 우리 부부가 하던 가게를 정리하고 나서부터 아이와 부딪힘이 잦아졌어요. 얼마 전에는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수업 시간 중에도 밖으로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지각을 밥 먹듯 한다고요. 처음엔 공부가 어려워서 그런가 싶었고, 사춘기가 조금 뒤늦게 시작 되서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붙잡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면 귀가가 11, 새벽 1... 심할 땐 더 늦어져요. 집에 혼자 있을 때 보다 저희와 함께 있는 게 불편하다는 이유로요. 요즘은 오토바이 타는 재미에 빠진 것 같아요. 말을 듣게 하려면 그 친구들과는 떼 놔야 할 것 같은데, 일단은 집에 붙어 있지 않으니 만나지도 못하고 답답합니다.

 

며칠 전에도 새벽이 다 되어 들어오길래 조금 일찍 다니자한 마디 했더니, 이제 와 상관 말라며 화를 내고 한밤중이 다 되도록 집에 오질 않네요. 아마도 근처 친구네 집에 있는 것 같은데 가서 데리고 오자니 또 나갈 것 같고, 이 상황에서 강제성을 취하는 것은 습관적 가출을 하게 할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48, 주부)

 

  

  사춘기 자녀와 이야기를 나누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양육을 위해 타이르고, 잘 해주려는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리 없는 자녀와의 대화는 싸움이 되기 쉽고, 정도가 심해지면 부모 자체를 거부하고 밖으로만 돌게 되기도 하니 걱정이 앞서 선뜻 움직이지도 못하고, 답답한 심정이실 것 같습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괜찮았던 내 아이가 갑자기 휙 변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 한마디 꺼냈다가 또 엇나가는 것은 아닐지, 오늘은 몇 시에 들어올지, 다시 가출을 하지 않을지 걱정하지 않고 자녀와 잘 대화하는 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첫째, 아이가 계속 가출을 시도하고 밖으로 도는 이유에 대한 부모님의 사고 전환이 필요합니다. 원인을 새로운 각도에서 탐색하는 거예요. 부모님의 맞벌이로 인해 오랫동안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진 아이와 자영업을 정리하면서 갑자기 시간이 많아진 부모. 그 동안 각자가 적응하며 만들어온 패턴을 다시 조율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일에 치여 차마 다 챙기지 못했을 뿐 아이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아이의 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아이가 부모를 원했던 상황에 부모님은 어떻게 반응해 오셨는지, 또 아이는 혼자 그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왔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의 부재에 대한 아이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헤아려보고, 물어봐주시길 바랍니다.

 

  가출을 경험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자신에 대해 관심도 없을 뿐더러 이해하려는 마음도 없다며 줄곧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부모에게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단 몇 번에 불과한 일이지만, 아이는 기억하고 있고 상처 받은 시간이지요.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한 시도가 필요합니다.

 

  둘째, 자녀가 원하는 실제 욕구에 대한 파악이 필요합니다. 혹시 부모가 없는 시간 동안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진 않았을까? 이미 그런 욕구는 몇 번이고 좌절되어서 지금은 지난 시간에 대한 사과가 먼저 필요한 순간은 아닐까? 혹은 말로 표현하기엔 어려운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자녀의 구체적인 욕구에 대해 궁금해 하는 자세와 적극적인 탐색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생각대로 자녀의 가출은 사춘기가 시작되어 솟구치는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나타난 것일 수도 있고, 친구 요인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므로, 아이의 실제 욕구가 무엇인지는 직접 물어보고 들어보아야 합니다.

 

  위의 두 가지 정보가 모였다면 셋째, 자녀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어떤 부모님들은 이 지점에서 자신이 알아서 나간 것이니 스스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부모가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어떻게 하면 귀가를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며, 귀가 후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것까지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귀가 했을 경우에는 먼저 꾸짖기 보다는 따뜻하게 맞이해 주고, 아이가 느끼는 갈등과 겪었을 고통에 대해 귀기울여주시길 바랍니다. 비록 부모님의 눈에는 치기어린 반항과 그로 인한 단순가출로 보여 화가 날 지라도,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자녀 나름대로의 마음고생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모의 분노는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당장 설교나 훈계를 하기 보다는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의 공감을 통해 아이의 회복과 안정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한 편 자녀와의 대화에서 주의할 점은 자녀의 재가출이 염려되어 모든 원인을 부모님의 탓으로 돌리거나, 심한 자책감을 갖고 무작정 자녀에게 끌려 다니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마음은 수용해주되, 가출을 하지 않는 조건을 걸고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부모는 사춘기 자녀의 흔들림에 기꺼이 함께할 준비를 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자립과 의존이라는 두 가지 욕구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모양새가 내심 불안할지라도, 지시나 명령으로 잡아끌기보다 함께 따라가되 방임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또한 가출 방지는 가출한 청소년이 반성하거나 혹은 지금까지 부모님의 양육방법을 점검하는 것 중 한 쪽만 강조해서는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무조건 나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는 통제가 가득한 분위기 대신 따뜻하고 안정감을 주어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그 곳이 다름 아닌 우리 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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