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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단칼럼-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평가를 꿈꾸며

  • 관리자
  • 2018-07-05 14: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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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무등중학교, 現 학습연구년 특별연수

6월말 중·고등학교는 무척이나 바쁘다. 1학기 동안 진행해 온 수행평가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학기말 지필평가를 출제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여기에 일상적으로 진행해 온 각종 행정적인 업무에 생활지도는 두 말할 것이 없다. 이렇게 평가로 바쁜 시기, 의미 있는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바로 중앙선데이 6월 23일자 "연세대 의대 절대평가 4년 … 학점 없애니 '협공' 살아났다"라는 기사다.

기사의 내용을 간추려 보면 아래와 같다.

연세대 의대는 2014년 신입생부터 본과 1~4학년에 한해 절대평가를 실시했다. 이 대학의 절대 평가란 그 동안 A부터 F까지 등급을 매기던 방식에서 벗어나 통과(Pass), 통과 못함(Non Pass, 줄여서 NP)으로 바꾼 것을 의미한다. 모든 과목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과 이 과목을 이수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는지 역량을 정확하게 정해주고, 이것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여부만을 확인하기로 평가체제를 바꾼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에서는 '훌륭한 의사, 탁월한 의학자, 효과적인 의사소통가, 신뢰받는 전문가'라는 4개의 성과를 정하고, 36개 역량을 정했다. 예를 들어 훌륭한 의사라는 성과 중엔 '환자의 다양한 배경을 고려하고 적절한 면담 원칙을 사용해 병력을 청취할 수 있다'는 역량 등 13가지 역량이 들어가 있다. 올해 2월에 졸업해 대부분 인턴을 밟고 있는 본과 졸업생들은 본과 1~4학년 동안 절대평가로 성적이 매겨진 첫 번째 학년이다.

 

지난 4년간 절대평가 도입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한다. 먼저 학생들은 '이전에는 친한 친구끼리 족보를 나눠보는 문화'였으나, 절대 평가 이후 '같이 보고 같이 통과하자'는 협력 분위기가 살아났다. 교수들의 강의도 강의형에서 토론이나 플립러닝(인터넷으로 사전 강의를 듣고 수업시간에 팀별 토론)이 가미된 형태가 늘어났다. 이 같은 절대 평가 시행 4년의 성과가 지난 22일 '의대 학생평가제도 혁신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특히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있다. 이 대학은 '등수가 사라지면 학생들의 학업 동기가 낮아져 학업성취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는 올해 치러진 의사국가고시 성적에서 불식되었다. 이 대학 응시생 131명의 합격률이 97.7%(전국 평균 95%), 재응시생을 제외한 합격생 120명의 필기시험 평균 점수(340점 만점)는 301.18점(전체 합격생 평균 286.3점)으로 발표된 것이다. 상대평가 적용을 받았던 2017년 졸업생과 절대평가였던 2018년 졸업생 사이의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점수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절대평가제 학생 성적이 낮지 않았다고 한다.

연세대 의대 4년의 평가제도 혁신은 대한민국의 교육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특히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 풍토가 뿌리 깊은 한국의 현실에서 평가 영역은 교육과정이나 수업 영역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중‧고등학교에서는 절대평가가 도입되고, 수행평가나 논술형 평가 등이 확대되지만, 여전히 상대 평가적 요소라고 볼 수 있는 점수나 석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절대평가이지만 성취 수준에 따라 A~E까지 5단계로 등급이 매겨지고 있는 현실이다.

평가의 본질은 '학생의 발달과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진정한 평가란 학생들을 일정한 기준과 틀에 따라 서열화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고 발달과 성장을 도모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세대 학생들은 '통과, 통과 못함'이라는 단순화한 절대평가를 통해 타 대학 의대생들에 비해 한결 여유 있게 '함께' 공부하며, 의학의 본질을 연구하고 봉사하는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진정한 배움과 성장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다.

교육 혁신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점수나 등급에 대한 관심을 넘어 학생의 성취정도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는 평가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학생이 학습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신념을 전제로 학생들이 과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며, 학생들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발달과 성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바뀐다면, 지나치게 경쟁적이거나 배움을 포기한 무기력한 교실문화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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