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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녀와의 갈등에 대한 상담사례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

  • 서혜희
  • 2015-03-26 10: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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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의 갈등에 대한 상담사례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임상심리실 서혜희

 

고등학교 2학년인 여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상담실을 찾아왔다. 딸은 2녀 중 장녀이고 어머니는 남편이 5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상태였다. 상담실을 방문한 이유는 두 사람이 자주 갈등을 겪는데 서로 상대의 행동이 너무 이해가 안 되고 대화를 시작했다 하면 싸우게 되어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도 딸이 친구들 사이에서 무시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당신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고 아이에게 다 해주려고 애쓰는데 정작 딸은 이런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아 너무 서운하다며 울었다. 어머니가 이같은 말을 하는 동안 딸의 표정은 너무 담담했고 간간이 짜증이 나는 듯 일그러지기도 하였다. 어머니의 호소를 들은 뒤 딸에게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고 묻자 딸은 신경질적으로 ‘반복해 들은 말이라 짜증만 더 난다’고 하였고 이어 ‘그러게 엄마 마음대로 물건 사면서 돈 쓰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나도 ㅇㅇ(동생)도 엄마가 사다주는 거 쓰지도 입지도 않는데 왜 엄마가 사고 싶은 거 우리 생각과는 상관없이 마음대로 사고는 안 입는다고 화내고 자기는 안 쓰고 해준다면서 힘들다고 하냐’며 소리를 질렀다.

 

이같이 상담 장면에서 자주 접하는 사례가 ‘부모는 해줄만큼 다 해 주는데 자녀가 이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부모의 욕구에 무심하고 살갑게 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옳고 누가 잘못됐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더불어 잘살아가는 데에는 무엇이 옳고 그른 행동인지의 분별력이 강한 것 보다 ‘얼마나 상황에 지혜롭게 대처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경제적으로 잘살고 못 살고와는 별개로 부모는 당연히 자녀들에게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으며 잘해주고 싶어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해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얼마나 받는 상대방의 욕구와 감정을 잘 감지하고 이에 맞는 행위를 하느냐이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상대방이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배려받았다’는 생각 속에 받는다면 고마움과 따뜻함을 느끼게 되지만 주는 사람이 마음대로 해주고는 ‘난 할 만큼 했다’라고 한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구속당하고 강요받는 것 같아 답답함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어린아이에게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나 행동은 건강한 발달과정의 한 특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즉, 위의 사례에서와 같이 어린 시절 자신이 갖고 싶었던 것을 자녀를 통해 대리충족하려는 시도로써 자녀의 선호나 바람과는 무관한 행동을 하고는 ‘너를 위해서 없는 돈을 썼다’고 하거나 ‘난 해줄 만큼 다해줬으니 더 이상 기대하지 마라’고 하는 것은 자녀와의 대화를 단절하는 행동이라 볼 수 있겠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갖고 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살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행동만 타당화 시키려고 하고 타인의 욕구에는 무심해질 수 있다. 물론 어느 누구도 상처를 완전히 극복하는 것은 힘들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과 갈등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자신의 정당함만 내세우기보다는 혹시 현재의 갈등에 해결되지 못한 나의 상처가 개입되어 있지 않은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정서지능(EQ: Emotinal Quotient)의 개발이 약하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의사를 물어보고 그것을 존중해주는 선에서 어떤 일이든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며칠 전 아버지가 술을 먹는 것이 너무 싫어 자신은 술을 가능한 안먹으려 하고 아버지가 당신의 생각만 고집하여 대화가 안된다는 생각을 하는 등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많은 남자 대학생이 상담을 받던 중 한 회기를 아버지와 함께 상담을 받았다. 아들은 어렵게 아버지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고 아버지도 아들과 이같은 대화가 없이 지내왔던 터라 아들의 말에 공감을 표현하면서 훈훈한 분위기로 상담시간이 끝났다. 그런데 아버지가 상담실을 나가면서 ‘오늘 저녁 둘이 술 한잔 마시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보자’면서 아들의 등을 감쌌고 아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아버지 술 안마시고 밥만 먹으면 안돼요...?’ 라며 따라 나가는 것을 보고 상담자가 ‘아버지, o o가 술은 싫대요~~’라는 말을 했던 장면이 생각난다.

 

다른 사람의 욕구나 감정을 느끼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을 배우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이미 많이 익숙해진 자기 습관을 바꾸는 것이 힘들기는 해도 어떤 것이 관계개선에 지혜로운 행동인지를 인식하고 조금씩 노력을 하다보면 이전보다는 소통이 되는 것을 경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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