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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통, 공감 그리고 연민의 마음

  • 정영선
  • 2015-03-26 10: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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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공감 그리고 연민의 마음

 

정영선

큰솔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외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전공 겸임교수

 

‘소통’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지도 꽤나 된 것 같은데 올 한해 우리 사회의 소통문화를 점수로 매긴다면 좋은 성적을 주기는 힘들것 같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 막힘이 없이 잘 통함’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소통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히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 즉 ‘의사소통’의 줄임말로서의 소통이다. 사전에서 의사소통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함’으로 설명된다. 따라서 의사소통이 안 되고 소통이 부재하다는 의미는 구성원들 간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하지 않는데서 오는 어려움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개인 간의 갈등 뿐아니라 사회 소집단, 조직 안에서의 갈등과 문제의 핵심에는 소통의 부재 혹은 일방통행식의 소통 문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일터에서는 동료, 상사나 하사 등 종적 횡적 인간관계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생겨 화합이 어려워진다. 또한 국가적으로도 일반 대중과 정치적 리더십간의 소통이 부재할 때 구성원들의 불만은 커지고 갈등의 증폭을 초래함으로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작금의 청소년 문제, 가족 해체 현상, 노사 갈등, 정치적 갈등 등 대부분의 현안들에는 구성원들 간의 혹은 이해 당사자들 간의 소통 부족 내지는 소통 부재가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소통의 어려움은 왜 생기는 걸까? 앞에서 살펴본 소통의 사전적 의미에서 보면,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하지 않는 데서 소통의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논리적으로 두 가지 원인을 가정할 수 있는데 첫째는, 상대의 생각이나 뜻, 즉, 상대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소통부재의 한 가운데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무관심에서 나온 무지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평소 타인의 행동이나 의도를 너무도 쉽게 내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평가한다.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고 의도하는지 알려고 하기보다 나의 잣대로 상대의 행동을 평가하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갈등과 분쟁이 있는 곳에서는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목청을 높이지만 막상 그곳에 대화와 소통은 없다. 마치 영원히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자신의 입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둘째,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데서 소통의 어려움이 발생한다. 즉, 자신의 생각과 의견만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아집과 이기심이 소통의 부재를 초래하는 것이다.

가까운 인간관계일수록 소통을 둘러싼 갈등의 골은 더 깊다. 부부간의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선생님, 우리 부부는 대화가 안돼요. 만나기만 하면 싸우게 되고 대화를 하려고 해도 화가 나서 서로 상대방만 공격하다가 더 큰 상처를 받게 돼서 대화를 피하게 돼요. 그래서 지금은 대화하려는 의지도 없고 서로 말도 안하고 지낸지 꽤 오래 된 것 같아요.” 오래 전 가족 상담을 받으려고 온 어느 부부의 하소연이었다. 이 부부의 경우 상대방 배우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고, 서로가 자기주장만 하기에 급급했다. 아내는 결혼 생활 초기에 있었던 트라우마로 인해 깊은 마음의 상처가 있었지만 남편은 그것을 알아주지 못했다. 단지 아내의 드러내는 분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자신을 방어하기에만 바빴다. 남편 또한 자신의 내면의 무력함과 좌절감을 감추고 겉으로 폭군처 럼 행동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일선 학교에서 부모교육을 하다 보면 부모들의 한결같은 호소는 청소년 자녀와 대화가 안 된다고 한다. 대화가 안 되니 소통이 될 리 만무하다. 부모는 자녀의 세계를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고, 자녀는 부모의 삶의 방식을 거부한다.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대화는 일상의 기능적인 필요를 넘어서기 어렵다. ‘요즘 애들’로 치부되는 사춘기 자녀들의 취향과 사고방식, 나아가 그들의 행동은 기성세대인 부모들에게는 몹시 낯설고 불편하 며 다루기 골치 아픈 것들이다.

그러면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해결하고 소통하여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다양한 접근이 있을 수 있겠지마는 필자는 상담자의 한 사람으로서 ‘공감’과 ‘연민의 마음’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앞서 소통부재의 원인으로 상대방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 그리고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아집과 이기심을 들었다. 공감과 연민의 마음은 무관심과 이기심의 대척점에 있는 것들이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그를 이해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관심이 공감이고,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마음이 아닌 상대방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연민의 마음인 것이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면 그를 어떤 역할로 보는 관점에서 떠나 약점과 필요를 가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방을 부모니까, 자녀니까, 교사니까, 상사니까, 부하직원이니까... 등 그에게 부과된 역할로만 평가하고 요구할 때 공감과 연민의 마음보다 요구하고 평가하며 지적하게 된다.

특히 가까운 인간관계인 가족관계 즉, 부모 자녀 관계에서 우리는 상대가 하는 일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감사의 표현보다 비난이나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에게서 가장 크게 실망하고 상처를 받는 것이다.

2015년 새해에도 여전히 우리 앞에는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놓여 있다. 그 중에서도 풀고 소통해야 할 ‘관계’가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상대가 누구이든 간에 ‘공감’ 과 ‘연민의 마음’으로 그 관계에 임한다면 소통하고 화합 하는 일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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