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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강하면 당신은 다 가졌다

  • 안희정
  • 2013-11-21 15: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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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면 당신은 다 가졌다

 

                                                  안희정 박사(안희정심리상담연구소 소장)

 

  남편이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목사이기 때문에 병원예배를 드린다. 병원에서 예배드릴 때, 나는 내 기도를 할 수가 없다.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없지만 링거를 수두룩하게 맞고 있는 남자, 머리카락을 모두 자른 채 휠체어에 앉아 눈물을 조용히 닦고 있는 30대의 여인, 소아암 환자. 아픈 사람들과 가족들이 드리는 예배라 내 문제는 잠깐 뒷전이고 그들의 기도에 응답해 달라는 기도를 한다.
  어린 딸을 꼭 안고 예배를 드리는 아빠가 있었다. 그가 조금 편하게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아이를 제가 좀 안아드릴까요?” 라고 말을 걸자 아이가 발음도 안 되는 말을 하며 싫다고 소리를 지른다. “응, 그래 알았어. 아빠랑 함께 예배드려”라고 했더니 아이가 진정한다. “우리 아이가 목뼈가 약하게 태어나서 손으로 뒷목을 잘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다른 분은 안아주기가 힘드세요” 이렇게 태어날 때부터 병원 신세를 지는 아이들이 있다.
  기도요청서를 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상적인 것이 그들에게는 큰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저희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지금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호흡도 자기 힘으로 할 수 없어요. 자가 호흡하게 도와주세요’, ‘결혼한 지 세 달된 부인입니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단했는데 다른 쪽 다리도 안 좋다고 합니다. 많이 힘들어 하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아이가 백혈병입니다. 골수 이식을 해야 하는데 도와주세요’, ‘내일 수술입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치료법도 아직 안 알려졌고 기간이 언제까지인 줄도 모르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 가족도 참으로 힘들다. 어느 아이는 먹는 음식이 단 몇 ㎎이 넘으면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 밥을 먹일 때마다 엄마는 온통 신경이 곤두선다고 한다. 그 부모들은 차라리 알려진 암이었다면 치료기간과 끝을 알 수 있을 텐데 자신들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계속 치뤄야 한다며 낙심하기도 한다. 아이가 소아암에 걸리면 어떤 부부들은 힘을 합쳐서 그 아이의 병을 함께 이겨내려고 하는 반면, 당신 때문에 아이가 암에 걸렸다고 서로를 탓하며 이혼하는 부부들도 있다. 
  몇 년 전 일이다. 남편이 환자의 누나가 기도를 원해서 병실로 갔다. 그런데 그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는 다름 아닌 고등학교 교회 친구였다. 대학을 가면서 연락이 끊어진 친구를 20년이 지나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소아암에 걸려 5년을 꾸준히 치료했다고 한다. 돈도 많이 들어서 투잡(two job)을 뛰며, 친구는 열심히 돈을 벌었다고 한다. 이것이 무리가 되었을까? 아이가 완쾌가 되었을 즈음, 아빠가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가보니 말기 암이었다. 남편은 눈물의 기도를 하고 왔다며 사연을 전해 주었다. 얼마나 기가 막혔던지. 교회가 끝나면 집에도 데려다 주곤 한 선배였는데... 난 너무 마음이 아파서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그 후 두 달 뒤 그 선배는 하늘나라로 갔다.
  사람들은 퇴원하면서 다른 생명을 얻었으니 잘 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나도 병원예배를 갈 때면 더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기 때문에 다시 힘을 내서 씩씩하게 살려고 다짐한다. 작은 문제에 넘어지고 힘들어 할 때, 누군가는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쯤이야 이겨내야지’하며 다시 나를 일으킨다. 신의 도움이 그들에게 더 있기를 기도하면서.                

                                   - 통! 하는 엄마가 자녀를 성공시킨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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