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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요즘 것들' 청소년에 관한 오해와 진실

  • 관리자
  • 2018-03-29 08: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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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 청소년에 관한 오해와 진실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청소년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누구나 그 시절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는 믿음이다. 누구에게나 청소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요즘 청소년들이 기성세대가 청소년이던 그 시절과 얼마나 다른지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1990년 우리나라에서 24세 이하 인구의 비율은 46.1%였다. 당시 아동과 청소년은 전체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거대한 집단이었다. 하지만 저출산 기조가 계속되면서 이 비율은 계속 감소해서 2016년에는 26.5%, 1/4 수준으로 줄었다. 25년 동안 청소년 인구비율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물론 아직까지 이 비율은 G7국가 평균인 27%보다 약간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 23%, 일본 22.6%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문제는 다른 국가에 비해서 그 감소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앞으로 7년 후 2025년이 되면 24세 이하 인구는 21%G7국가 중 최저치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변화는 단지 학생 수가 줄어들고, 미래 인구가 감소하는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단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청소년들의 숫자가 줄었고,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차지하는 자리가 축소되었음을 의미한다. 안 그래도 투표권도 없어 정치적으로 늘 뒷전에 밀리는 청소년문제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온순해진 청소년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신 분도 있으리라. 최근 청소년들은 흉포하고 잔인한 범죄로 뉴스 면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범죄율은 꾸준히 감소 중이다. 1997년 청소년보호법을 제정한 가장 큰 이유가 청소년범죄였다.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 당시 청소년범죄는 최고점에 도달해서 폭행상해범죄의 50%, 절도범죄의 30%가 청소년들이 저질렀다.

 

하지만 그 이후 청소년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감소했다. 비록 같은 연령기준은 아니지만 2016년 대검찰청 범죄분석자료에 따르면 전체범죄 대비 소년범죄의 비율은 20085.5%에서 20153.5%까지 감소했다. 청소년 비행도 줄어들고 있다. 청소년의 흡연율은 201112.1%에서 20166.3%로 줄었고, 가출경험 역시 201120.6%에서 2016년에는 15%까지 감소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얼마나 윤리적인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더욱 확실하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의 청소년정책 담당자들이 한결같이 놀라는 건 서울의 치안수준과 길거리에서 만난 청소년들이 착하고 친절하다는 사실이었다. 외국의 청소년들이 마약과 총기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게임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국가적 문젯거리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범죄가 이슈가 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이전에 비해서 청소년범죄 사례가 인터넷을 통해서 아주 빨리 선정적으로 알려진다. 이전에는 해당 학교나 지역에서만 알려지고 말았을 범죄들이 이제는 순식간에 전국적 이슈가 된다. 그 결과 사람들이 체감하는 청소년범죄의 빈도가 늘었다.

 

둘째는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대가 좀 더 어려졌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 청소년문제 빈도는 고등학교 1, 2학년에서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현재 이 시점은 중학교 2학년으로 줄어들었다.

 

셋째 이유는 온순해진 청소년 자체일 수 있다. 학교나 부모의 권위에 순종하는 규범적인 사고 이면에는 또래에게도 위계질서를 강요하고 이를 저항 없이 받아들일 위험성이 존재한다. 또래 간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들이 지극히 온순해서 저항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가 청소년이던 1980년대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교사의 체벌은 지극히 당연했지만, 또래끼리 맞고서 가만히 있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더 길어지고 얇아진 청소년기

 

청소년기는 근대사회에서 새로 생겨난 개념이다. 근대사회 이전에는 사춘기를 거쳐 신체적인 성숙이 완성되면 아동기가 끝나고 연애와 결혼, 취업을 거쳐 성인기로 넘어갔다. 근대화 이후부터 교육기간이 늘어나면서 성인기 진입도 늦춰지기 시작했다. 성인기와 아동기 사이에 빈틈이 생겼고, 이를 청소년기라 이름 붙인 것이다. 문제는 이 청소년기가 갈수록 길어진다는 점이다. 사춘기가 완료되는 연령은 점점 어려지고, 반대로 성인기에 진입하는 연령은 갈수록 뒤로 미뤄지기 때문이다.

 

1990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가 27.9, 여자는 24.8세였다. 이 나이가 2015년에는 남자 32.6, 여자 30세로 약 5년 늦춰졌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는 시점이 그만큼 늦어졌기 때문이다. 2016년 정규직 신입사원 평균연령은 남자 29.2, 여자 27.9세다. 성인기 진입이 늦어지는 만큼 청소년기의 종료시점도 늦춰졌다. 최근 9세에서 24세로 정의된 청소년의 기준에 청년을 포함시켜 최대 39세까지 늦추자는 법안이 발의된 것도 이와 같은 변화를 반영해서다.

 

청소년기가 이렇게 길어지는 반면, 청소년들은 예전보다 더 일찍 어른의 세계에 들어서고 있다. 우선 시간제 고용, 즉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은 2011년에 48%였고 2015년에는 50.4%가 되었다.

 

1990년대 청소년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이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그 결과 이전에 비교적 뚜렷하던 어른과 청소년들의 경계선도 희미해지고 있다. 덧붙여 사회의 주류 언론이 기성세대가 통제하던 대중매체에서 사용자에 의해 변화하는 인터넷으로 바뀌었다. 청소년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서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그 결과 청소년 인구는 줄었지만, 특이한 청소년들이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빈도는 예전에 비해 더 늘어났다.

 

암울한 미래 전망

 

기성세대가 청소년이던 시절과 지금 청소년들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전혀 다르다. 1980년대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는 비율도 높았고, 대학을 졸업하면 거의 다 취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201415~29세 연령대 중 비정규직 비율은 34.6%였다. 이들을 다 포함해도 청년 고용률은 2015년에 41.5%에 불과했다. OEDC 평균보다 10% 정도 낮은 수치다. 그나마 괜찮은 정규직은 갈수록 줄어든다. 그 결과 청소년들이 바라는 미래의 직장은 그 폭이 매우 좁다. 15~18세 사이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장 유형 중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계속 40%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618.4%에서 2015년에는 22.8%로 증가했다.

 

청소년들 앞에 놓인 미래가 얼마나 협소한지는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잘 보여준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은 2013년에 17.6:1에서 2016년에는 자그마치 54:1로 높아졌다. 이는 54명 중에서 53명은 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성실하게 학교에 다니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 아닐까.

 

결론을 말하자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실제보다 더 흉포한 존재로 간주되며, 그들의 잠재력은 실제보다 과소평가되어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청소년들에 비해서도 노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 비율이 높다. 또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평균 학력이 높고, 교육받은 기간도 길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나 국제시민의식교육연구(ICCS) 등의 국제비교조사 결과들은 한국 청소년들의 논리수학적 문제해결 능력과 민주주의에 대한 지식, 시민으로서의 판단능력이 매우 우수하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잠재력은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처한 불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비행이나 범죄에 빠지지 않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진로를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나 과연 언제까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이와 같은 바람직한 장점들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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