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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이의 자살 암시 눈치챌 수 있을까

  • 관리자
  • 2021-04-28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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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상황에 내몰리는 아이들
자녀의 상황 늘 숙지하고 있어야…

“엄마ㆍ아빠가 내 엄마, 아빠여서 좋아….” “내 가족이어서 고마워.” 자녀의 뜬금없는 고백을 들은 부모는 어떤 기분일까. 모르긴 몰라도 그날만큼 행복한 날을 손으로 꼽긴 어려울 거다. 하지만 그게 자살의 암시였다면 어떨까. 누군가는 ‘드라마 속 이야기’라고 치부할지 모르지만 그런 일은 실제로 숱하다. 그렇다면 부모가 아이들의 슬픈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유혜진 소장은 “청소년의 자해 시도는 '도와달라'는 신호다라고 강조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혜진 소장은 “청소년의 자해 시도는 '도와달라'는 신호다”라고 강조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부끄러운 민낯 중 하나가 높은 자살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2018년 발표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24.6명(인구 10만명당)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이 11.3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이 더 도드라진다. 더 큰 문제는 ‘낙엽 구르는 소리에도 웃음이 나야 할’ 우리 아이들의 자살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18년 10대 자살률 증가율은 22.1%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청소년(이하 9~24세) 사망원인 1위 역시 자살(10만명당 9.1명)이 차지했다. 안전사고(4.6명)로 인한 사망의 두배를 웃돈 셈이다. 청소년 상담업무를 하는 필자에겐 이런 통계들이 더욱 피부로 와닿는다. 자살이나 자해 문제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찾는 아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서울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진행한 자살 관련 상담은 2018년 2만2187건에서 2019년 3만4437건으로 55.2% 증가했다. 자해 관련 상담도 같은 기간 45.6%(1만733건→1만5637건) 늘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극단적인 선택의 상황에 내몰리는 걸까. 필자가 상담 중에 만난 청소년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원인은 제각각이었다. “사는 게 고통스럽다” “이런 고통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성적이 떨어져서 낙오자가 된 것 같다” “학원 숙제를 안 해서 부모님께 혼이 났다.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내 성적 문제로 부모님이 자꾸 싸운다. 나만 없으면 집안이 평화로울 것 같다”…. 아이들이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정서적ㆍ심리적 고통에서 비롯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정서적ㆍ심리적 고통에 힘겨워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미리 눈치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자살을 고민하는 청소년을 찾아내는 건 그리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결심한 아이들이 주변에 ‘암시’를 준다고 강조하지만 이 역시 어른들이 관심을 기울였을 때만 알아챌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해 종영한 KBS 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속 한 장면을 사례로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고등학생인 김청아(설인아 분)와 김준겸(진호은 분)은 각각 학교폭력과 뺑소니 사고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그러던 중 SNS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동반자살을 모의한다. 자살을 앞두고 김청아는 밝은 얼굴로 엄마와 동생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치킨집을 하는 엄마를 돕기도 하고 “엄마가 내 엄마여서 좋다”는 메모도 남긴다. 김준겸 역시 평소와 다르게 행동한다. 새벽에 자는 형을 깨워 생일선물로 농구를 하자며 조른다. “마지막 소원이니 들어 달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고 웃으며 말한다. 만약 우리가 김청아의 엄마나 김준겸의 형이었다면 이들의 ‘속내’를 알아챌 수 있었을까. “얘가 평소 같지 않게 왜 이래”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진 않았을까.  

그래서 필자는 청소년들의 자살 암시를 눈치채기 위해선 다른 정보들을 알아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평소 우울해하는지’ ‘충동적 성향이 강한지’ ‘가족 내 갈등이 있는지’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학교폭력을 겪었는지’ ‘성적 하락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등 아이들이 놓여있는 상황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평소와는 다른 아이들의 행동이나 말을 놓치고 후회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녀의 상황 숙지하고 있어야

그럼 아이들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부모들은 무얼 해야 할까. 답은 너무나 가까이 있다. 그건 소통이다. 소통을 통해 아이들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거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와 보자. 김준겸의 어머니는 아들이 뺑소니 사고로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한다는 걸 알고 있다. 아들이 처한 상황을 알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아들이 뺑소니 사고의 가해자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아들의 죄책감을 외면한다. 상황은 이해했지만 공감은 하지 못한 셈이다. 필자는 ‘김준겸의 어머니가 아들의 상황을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깊이 공감했다면 비극적 결말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급증한 자해(비자살성 자해)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해결해야 한다. 자살과 자해는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자살이 ‘죽음으로서 고통을 끊어버리고자 하는 것’이라면 자해는 ‘일시적으로나마 고통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 죽을 마음은 없지만,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거나 많은 양의 약을 먹음으로써 일시적으로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려 하는 게 자해다. 

자해를 시도한 청소년 중 ‘중독’에 빠진 경우도 상당수다. [사진=게티이미지]
자해를 시도한 청소년 중 ‘중독’에 빠진 경우도 상당수다. [사진=게티이미지]

문제는 자해가 ‘중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해를 시도한 청소년들은 “(자해한 후) 안정감을 느꼈다” “긴장이 풀리거나 분노 감정이 줄었다”고 말하곤 한다. 필자가 만난 청소년들 역시 “(자해가) 안 좋다는 걸 알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쩔 수 없이 또 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해를 멈추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기’ ‘운동하기’ ‘복식호흡하기’ ‘좋은 음악 듣기’ ‘노래 부르기’ 등을 추천한다. 주변 사람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자녀가 자살이나 자해를 시도했다면 부모들도 침착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상담에서 만난 한 어머니는 “딸 아이의 허벅지에 난 무수한 칼자국 상처를 본 순간 삶이 지옥이 됐다”고 털어놨다. 

자녀가 자해를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아 죄책감이 든다는 거다. 자녀가 또다시 자해를 저지를까봐 불안감을 호소하는 부모도 숱하다. 눈앞에 없으면 불안해서 자꾸 자녀에게 전화를 거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자해에 숨은 의미 읽어내야 

하지만 이런 행동은 자해 청소년의 부모가 해선 안 되는 대표적 행동이다.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자해 여부를 매일 확인하거나, 자녀를 비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결국 자해는 ‘내가 지금 고통스럽다’ ‘도와달라’는 신호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해 행동 자체보단 자해할 수밖에 없는 심리적 고통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모가 단단해져야 아이들을 잡아줄 수 있다. 자녀의 자살이나 자해 문제로 고민된다면 전문가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청소년전화 1388이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항상 열려 있다.  

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 더스쿠프

 

출처 :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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