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나눔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홈페이지 방문을 환영합니다.

칼럼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 관리자
  • 2021-01-12 09:47:00
  • hit1973
  • 61.38.101.156

 

#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엄마입니다. 남편과 저는 연애할 때부터 엄청 싸웠어요. 싸움의 원인은 남편의 거친 언행, 그리고 사소한 일에도 바로 짜증과 신경질을 내는 성격 때문이에요. 연애할 때부터 남편의 이런 부분을 고치려고 이야기도 여러 번 해보고, 초강수를 두어 헤어져도 봤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정말 서로 잘 맞아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어요. 남편도 처음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했지만 제가 앞에서 똑같이 행동하고 되갚아주면 자기 잘못을 깨닫더라고요. 덕분에 사실 저도 결혼 후 약간 목소리가 커지고 언행이 거칠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싸운다고 해도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처럼 금방 풀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고 부부사이에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며칠 전 또 비슷한 일로 싸우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죽어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말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화를 금방 풀면 안 되겠다 싶어서 며칠 째 남편과 말을 안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저와 둘만 있을 때 대뜸 엄마, 아빠랑 혹시 이혼하실 거면 저는 엄마랑 살래요. 저 꼭 데려가 주세요.’ 하면서 울더라고요. 그동안 엄마 아빠 사랑해요. 싸우지 마세요.’ 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서 싸우는 걸 신경 쓰는 줄은 알았지만, 초등학교 4학년짜리가 이혼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면서 걱정하며 우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물건을 던지거나 치고 박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싸우고 나서는 금방 푸는데도 문제가 되는 걸까요? (43, 주부)

  

  반복되는 남편과의 싸움으로 여전히 스트레스 받고 계시겠지만, 이런 패턴에 일정 부분 익숙해져서 받아들인 면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다만 나는 그런데, 내 자녀가 이 정도로 영향을 받고 있을 줄은 몰랐기에 당황스럽고 걱정이 되기 시작하신 것 같아요.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에 대한 학대사례 유형 중 중복학대를 제외하고 정서학대가 23.8%로 신체학대(14.0%)나 방임(10.6%) 보다도 높은 비율을 보였다고 합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학대의 종류에 신체적 학대만이 아니라 정서적 학대가 있다는 것도 생소할 수 있는데, 그 비중이 이렇게 높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요.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서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그리고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아동학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 17조 제5호에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행위로 명시하며 신체적 학대와 구분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정서학대에는 소리 지름, 무시, 모욕, 가정폭력에 노출, 아동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 또는 강요행위 등이 포함되는데, 2018년에는 부부싸움을 하다가 자녀가 보는 앞에서 가스레인지 밸브를 열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한 A씨가 자녀에 대한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 사례가 정서학대의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요. 아이 앞에서 큰 소리로 잦은 부부싸움을 하는 것으로 아이가 두려움과 불안을 느낀다면 정서학대가 될 수 있습니다. 보내주신 사례에서는 부부 간에 심한 신체적 폭력은 없었지만 잦은 부부싸움으로 인해 이미 자녀가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처럼 보여요. 어른들 입장에서는 가벼운 말싸움일 수 있으나 아이에게 있어 부모의 싸움이란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닐 수 있거든요. 싸우는 과정에서 보이는 부모의 표정, 분위기, 큰 소리나 욕설, 비난 등에 아이들은 불안감을 넘어 공포감까지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의 부부갈등은 자녀의 정서, 적응,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녀가 있을 때 부부싸움을 하게 된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자녀가 부부싸움을 보게 된 경우에는 즉시 싸움을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부부싸움을 목격한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전혀 다른 모습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기도 하며, 싸움의 원인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죄책감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엄마와 아빠가 무엇 때문에 싸우게 된 것인지 자녀의 눈높이에 맞추어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인데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황 설명이 어렵다면 적어도 너 때문에다투는 것이 아니며 엄마와 아빠는 여전히 사랑하는 사이이고, 너를 사랑하는 것에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어 놀라고 불안해하는 아이를 안심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였다면 반드시 화해하는 모습도 보여주세요. 부모는 자녀의 롤 모델입니다. 부모의 모습을 보며 배우고 자라게 되죠. 싸울 때의 모습도 예외는 아니에요. 잦은 부부싸움을 목격한 아이는 자연스럽게 부모가 싸울 때의 말과 행동을 배우게 되고, 이것은 이후의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아이가 부모의 싸우는 모습을 보았는데 화해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갈등의 해결 방법을 싸움이라고 인식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 친구나 형제, 자매 관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우선 싸워서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도 부부끼리는 금방 푼다고 했지만 화해하는 모습을 아이가 보지 못했다면 아이는 여전히 두렵고 어떻게 해결이 되는지도 알 수 없어 불안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은 건 아이 앞에서 싸우지 않는 것입니다. 싸움이 일어날 것 같다면 최소한 아이가 싸움의 현장에 있지 않도록 해주세요. 아이들은 보고 듣는 그대로를 믿기 때문에 부부가 서로를 모욕하거나 지긋지긋해!’ ‘꼴도 보기 싫어!’ 등의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부모가 더 이상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사이가 멀어질까봐 불안에 떨게 되기도 하니까요. 아이가 잔다고 해서 마음을 놓지 마시고, 의견충돌이 생기면 우선 욱하는 마음에 큰소리를 내기보다는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이후에 아이가 없는 시간이나 외부의 다른 장소에서 서로의 느낌과 요청사항을 이야기하고 조율하며 해결해 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부부싸움에서 의사소통의 문제가 계속된다면 부부 상담을 받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https://www.familynet.or.kr)에서 가족 상담과 다양한 가족지원, 가족친화문화조성 프로그램 정보를 볼 수 있으며 가까운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시글 공유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