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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아이 상담법➓] 은둔형 외톨이의 두 얼굴

  • 관리자
  • 2022-01-14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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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의 두 얼굴
문제, 시간이 해결 못해줘 

학교도 잘 다니고, 친구들과 몰려다니지도 않으며, 왕따를 당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내 아이는 정말 괜찮은 걸까. 부모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게임만 하거나, 밥을 먹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는다면 자녀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은둔’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할 수 없다. 적극적인 상담이 필요한 이유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할 수 없다. 적극적인 상담이 필요한 이유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37만명. 만 18~34세 청년 중 ‘은둔형 외톨이’로 추정되는 이들의 숫자다. 은둔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 일을 피해 숨는다’이다. 그래서인지 은둔형 외톨이가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파악한 통계는 없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사회ㆍ경제 실태조사’ 결과를 재가공해 추측할 뿐이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외출하지 않는 청년(은둔형 외톨이)’의 비율은 전체의 4.8%에 달했다. 2018년 동일한 조사 결과(1.6%)보다 3.2%포인트 늘어난 셈이다. 이들은 ‘집에 있지만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집에 있지만 취미생활만을 위해 외출한다’ ‘방에서 나오지만 집밖에 나가지 않는다’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학령기에 있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은둔형 외톨이라는 것을 파악하는 게 더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 가정이나 학교의 보호 아래 있는데도 아동·청소년기 은둔형 외톨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은둔형 외톨이인 자신은 물론 가족조차 그 사실을 쉬쉬하려 하기 때문이다.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둔 부모 중엔 자녀가 외부활동이나 대인관계를 활발하게 하길 바라면서, 자녀가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자녀가 외부와 더욱 단절되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물론 은둔형 외톨이는 겉보기엔 큰 문제처럼 보이지 않는다. 학교에서 문제행동을 하거나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라서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자녀상담을 위해 만난 학부모 대부분은 자녀가 문제행동을 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주엔 별일 없었어요” “지각하지 않고 학교에 잘 갔어요” 등등처럼 말이다. 자녀가 말썽을 피우지 않고 일상을 보내기만 해도 좋겠다는 게 이들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필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행동보다 오히려 드러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녀가 ‘은둔’하거나 ‘문제행동’을 하는 건 모두 ‘말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은둔형 외톨이처럼 세상과 사람을 피해 숨어버린다면 도움을 주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주목을 받는 경우는 그들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을 때다. 


공교롭게도 그 문제는 대부분 가정에서 시작된다. 은둔하는 청소년은 가족들과 소통하지 않고 주로 게임과 같은 가상세계에 몰두한다. 밥을 제때 먹지 않거나 운동과 같은 바깥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다보니 부모와 부딪히는 경우가 늘 수밖에 없다.

부모는 제재를 가하고 자녀는 반발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심한 경우 부모자녀 간 폭력이 오가기도 한다. 이같은 갈등은 집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족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주위에서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한다.

 

중요한 건 은둔형 외톨이는 자연적으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둔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회적응이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젠가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기다리는 것은 금물이다. 가족의 노력뿐만 아니라 심리상담, 정신건강 서비스 복지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개선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만난 은둔형 외톨이의 상담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고등학생 A군은 학교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조용한 아이였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학교를 지각하지도 않았고, 다른 친구들과 싸움으로 엮이는 일도 없었다. 밤새 게임을 하긴 했지만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게임을 하는 편은 아니었다. 

당연히 부모는 별걱정을 하지 않았다. 공부에 관심이 없을 뿐 특별히 공격적이거나 반항적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A군이 달라진 건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였다. 갑자기 “학교에 안 가겠다”고 선언하더니 낮밤이 바뀐 생활을 시작했다. 부모는 몇달만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친한 친구는 없었지만 아이가 친구 문제로 스트레스를 호소하거나 왕따를 당한 적은 없었어요. 그저 공부를 싫어하는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해서, 몇 달만 지나면 다시 학교에 갈 줄 알았어요.” 

하지만 A군은 1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A군은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하고 게임에만 몰두했고 건강도 갈수록 나빠졌다. A군과 상담을 해보니 그가 은둔을 택한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A군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새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도 부모나 학교는 A군이 그저 내성적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적절한 조치를 해주지 않았다. 물론 모든 은둔형 외톨이의 사례가 A군과 같지는 않다. 개인의 성격, 학교 부적응, 학교 내 폭력, 가족해체, 가정폭력 등 이들에겐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적인 건 이들에겐 빠르고 정확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다. 앞서 언급했듯 은둔형 외톨이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A군의 부모 역시 자녀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지인을 통해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A군의 어머니는 “주위에 은둔하는 자녀를 둔 부모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부모들이 많았다”면서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에 막연한 반감을 갖고 있었지만 같은 경험을 한 부모들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병은 소문을 내야 낫는다는 말이 있다. 어느날 아이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밖에 나가지 않는다면 부모는 소문을 내야 한다. 물론 ‘애먼 소리’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양육방식이 잘못돼서 아이가 은둔하는 거다’ ‘자녀의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 그럼에도 자녀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란다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 보고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게 아이가 은둔형 외톨이를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글=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 더스쿠프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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