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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아이 상담법❽] 극단적 선택 막아주는 ‘전화 한통’

  • 관리자
  • 2021-11-11 09: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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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상담1388의 가치
청소년의 외침 들어주는 창구

밤은 낮보다 위험하다. 우울한 마음이 깊어지기 쉽고 충동을 막아줄 사람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위기 상황도 밤에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서울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상담1388’을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전화 한통이면 전문 상담자가 청소년의 마음에 귀 기울여 주고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번 편에선 언제나 열려 있는 청소년상담1388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청소년상담1388에 전화를 거는 청소년 중엔 위기상황에 놓여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상담1388에 전화를 거는 청소년 중엔 위기상황에 놓여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깊은 밤, 누군가는 꿈을 꾸고 내일을 기대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외로움이 깊어지는 고통의 시간일 수 있다. 특히 마음을 터놓을 곳이 마땅찮은 청소년들에겐 위험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청소년상담1388은 365일 24시간 문을 열어놓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전화번호 1388을 누르면 가까운 지역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로 연결된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서울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도 청소년상담1388을 운영하고 있다. 전담 상담자가 상주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든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청소년상담1388을 찾는 청소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1년 68만5000건(여성가족부)이던 상담 건수는 지난해 93만6000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물론 상담이 전화통화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청소년상담1388의 역할을 결코 작지 않다. 전화상담을 계기로 면대면 상담을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화상담은 보통 20분 안팎으로 이뤄진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사이 상담자들은 청소년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하고, 센터에 방문해 상담받을 용기도 북돋운다. 이렇게 전화상담이 면대면 상담으로 이어지면 청소년이 겪는 본질적인 심리문제 해결이 훨씬 수월해진다. 

청소년상담1388의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다. 청소년이 처한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도 있다. 이른바 ‘위기상담’이다. 이는 청소년상담1388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예컨대 청소년상담1388에 전화를 걸어오는 청소년 중엔 극한 상황에 놓여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해를 하면서 전화를 걸거나, 부모와의 갈등 끝에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에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

이때 상담자는 청소년이 처한 ‘위기의 정도’를 파악하고 판단해 상담의 방향을 결정한다. 언급한 것처럼 청소년이 자해를 시도한 경우, 처치 방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자해할 수밖에 없었던 심리적 고통에 공감해줘야 한다. 또 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리려는 청소년에겐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도록 진정시키면서 가족ㆍ경찰과 연계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상담자들은 이런 상황을 ‘구조’라고 부른다. 청소년상담1388이 청소년의 생명을 구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같은 구조 활동은 밤에 많이 이뤄진다. 밤에는 외로움이나 우울함이 깊어지는 데다 자살충동을 완충해줄 상대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럴 때 청소년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이 청소년상담1388인 셈이다. 상담자로서 청소년을 구조했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피가 마르는 기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전화상담의 특성상 청소년이 언제든 전화를 끊을 수 있다. 아무리 도움을 주고 싶어도 전화가 끊기면 속수무책이다. 이럴 때 상담자들은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경찰이나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연계해 구조가 마무리되도록 돕는다. 물론 그때까지 상담자들은 초긴장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다. 

상담자를 어렵게 하는 점은 또 있다. 이른바 ‘상습전화’ ‘악성전화’다. ‘자살을 시도하려 한다’ ‘가출한 후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등의 거짓말을 반복하는 사례다. 상담자의 말에 꼬투리를 잡으면서 시비를 걸거나, ‘민원을 제기하겠다’며 반복전화를 하는 청소년들도 더러 있다. 이같은 상습ㆍ악성전화는 상담자에게 ‘회의감’을 들게 한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상습ㆍ악성전화에 대응하느라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의 전화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사이 어떤 청소년은 받지 않는 전화를 붙잡고 절망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필자가 만나는 상담자들은 “내가 엉뚱한 전화에 대응하는 사이 구조할 수 있는 청소년을 놓치게 될까 봐 불안하다”고 말한다. 

물론 상담자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청소년들 역시 ‘손길’이 필요한 이들임은 분명하다. 청소년상담1388에 전화를 걸었다는 건 ‘내용’과 무관하게 누군가와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수 있어서다.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는 거짓말이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는 외침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래서 상담자들은 단순히 전화 내용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들의 내면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 노력한다. ‘상담자의 길’이 결코 녹록지 않지만 값진 이유다.  

필자는 청소년상담1388이 정보제공ㆍ면대면 상담 연계ㆍ위기상황으로부터 구조까지 광범위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자부한다. 상담 방식 면에서도 청소년들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에게 ‘휴대전화’는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는 물건이다. 그런 면에서 청소년상담1388은 가장 접근성이 좋은 상담채널일 수 있다. 이런 청소년상담1388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자원과 상담자의 ‘소진’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이어지길 바란다.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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