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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쯧쯧 철이 없어서… 내 아이에게 해선 안 되는 말들

  • 관리자
  • 2021-06-03 0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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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깨우면 짜증만 낸다. 조금만 잔소리하면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어쩔 땐 ‘보컬학원’에 보내달라고 떼쓰고, 난데없이 학교를 관두겠다며 성을 낸다. 이럴 때 부모 대부분은 “쓸데없는 소리 마라” “철없는 소리 말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건 ‘아주 가벼운 공감’일지 모른다. 어떤 경우에도 내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유혜진 소장은 “자녀가 커가는 과정은 ‘마음수련’ 과정과 닮았다”고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며 ‘어머니의 마음’ 가사를 곱씹어본다. 노랫말처럼 자녀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부모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을 얻게 된다. 동시에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육아와의 전쟁도 시작해야 한다. 이 아름다운 전쟁은 자녀가 부모의 품을 벗어날 때까지 꽤 긴 시간 이어진다. 

아이가 울면 부모는 밥을 먹다가도 달려가고,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서 수유를 하며 기저귀를 갈아준다. 혼자만의 시간이 사라지는 건 차치하더라도 화장실 갈 시간을 내기 힘들 때도 적지 않다. 그래서 만삭으로 힘들어하는 임산부에게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그때(임신 중)가 더 낫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새 부모에게도 차츰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한숨을 돌릴 때쯤이면 더 큰 난관이 나타난다. 자녀가 학교에 다니고 친구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부모와 차츰 멀어지기 때문이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뿐더러 자녀의 자기 주장도 강해진다. 특히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들은 신체적·인지적·정서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부모의 조언을 잔소리로 듣기 시작하는 건 이 무렵이다. 이럴 때면 부모도 좌절한다. 기존의 훈육이나 자녀 교육 방법이 통하지 않아서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상담할 때 만난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은 ‘이해할 수 없다’에 맞춰져 있다. “학교에 갔다 오면 자기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짜증만 내요.” “학교 갈 준비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려요. 이 문제 때문에 매일 실랑이를 벌여요.” “계속 휴대전화만 하길래 참다참다 공부하라고 했더니 ‘재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화장을 짙게 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성형수술을 해달라고 졸라요.” “아침마다 학교 가라고 깨우기가 너무 힘들어요. 결국엔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게 돼요.”  

부모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자녀를 마주할 때마다 안타까움과 분노,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우리 애도 그랬어” “그냥 둬, 다 지나간다”는 선배 부모들의 위로도 자녀와 갈등을 겪고 있는 부모에게 들릴 리 없다. 훌쩍 자란 자녀에게 그동안 해온 훈육이나 교육 방식이 적합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들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 때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이 시기엔 자녀의 행동을 이해하고, 마음을 공감하며, 보이지 않는 버팀목이 돼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녀의 ‘시행착오’와 ‘불안한 마음’을 이해한다고 표현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의 갈등이 깊다면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화를 서두르지 않는 게 좋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에게 섭섭하고,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어서다. 이런 경우엔 정서적 관계를 회복하는 게 먼저다.

특히 진로 문제를 경험할 땐 더 신중해야 한다. “시험이 코앞인데 공부를 안 하면 좋은 대학에 못 가고 그럼 취업도 어려워질 텐데”란 걱정에 부모가 먼저 조바심을 낼 수 있다. 문제는 이럴 때 ‘돌발상황’이 터지기 쉽다는 점이다. 실제 상담에서 나온 몇몇 사례를 살펴보자.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던 자녀가 갑자기 학교를 관두고 사업을 하겠다며 특성화고등학교에 가겠대요.” “갑자기 가수가 되겠다면서 보컬학원에 보내달래요.” 부모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말을 들으면 ‘현실성이 없다’며 반대부터 하고 나서는 부모도 많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철없는 소리”라며 반대하는 건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자녀가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를 충분히 들어주고, 함께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방법을 모색할 것을 추천한다. 자녀가 원하는 일과 관련된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여지를 주는 것도 좋다.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자녀 스스로 좋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모는 자녀가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한 인간으로서 성숙해가는 과정을 거친다.” 필자의 오랜 생각이다. 자녀가 커가는 과정이 꼭 ‘마음수련’의 과정과 닮았다는 거다.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조금은 여유를 갖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갓 태어난 아이도 스스로 엄마 젖을 빤다. 엄마가 대신 먹여줄 수는 없는 법이다. 하물며 청소년기는 성인이 돼 독립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기다. 그 과업을 부모가 대신해줄 수 없다. 그저 이 정도 마음이면 ‘여유’가 좀 생기지 않을까.  

글 :  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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