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골든타임은 부모에게도 중요

학교를 관두는 청소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가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2016년 4만7070명이던 학업중단 청소년은 지난해 5만2261명으로 늘었다.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는 적응을 못해서, 왕따를 당해서, 꿈을 펼치기 위해서 등 다양하다. 어떤 이유든 학교를 관두는 순간 청소년은 낯선 환경과 상황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국가는 그런 청소년을 위한 울타리를 마련해놨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가 알아두면 괜찮을 정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교 밖 청소년들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흔이 되신 어머니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의 2년 동안 집 안에만 계셨다. 얼마 전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가까운 공원을 찾았다. 비가 그친 뒤여서인지 나무향기가 유난히도 짙었다. 어머니와 벤치에 앉아서 나무향기를 맡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어머니는 외증조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자 외증조할아버지가 손녀인 어머니를 데려가 키운 거다. 외증조할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특별한 지원과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여자들이 학교를 다니는 건 안 될 일”이라던 외증조할아버지에게도 어머니만은 예외였다.

어머니는 공식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여사촌들을 대신해 그들의 책보(책가방)를 메고 등교했다. 여사촌들은 동네 마실 나가는 것처럼 외출해 빈 몸으로 몰래 학교를 다녔다. 여성이 공부하는 걸 마뜩잖게 여기던 시절이었지만, 사촌들은 주체적으로 활동한 셈이다. 


비단 어머니의 여사촌들만 그랬으랴. 어느 세대나 청소년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 충실하다. 청소년은 학교를 다니라고 해서 다니고, 다니지 말라고 해서 안 다니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기 길을 찾아 나가는 적극적인 존재다. 그 시절, 여사촌들이 외증조할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학교에 몰래 다녔던 것도, 요즘처럼 학교를 다니는 게 당연한데 학교를 그만두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게다. 


필자는 학교에 가기 싫다는 생각은 했어도 그만둘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 했다. 50대에 접어든 필자와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하지만 청소년상담 일을 하면서 요즘 청소년에게 학교는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들은 학교를 그만둘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고, 그만두는 것을 깊이 고민한다. 상담을 통해 학교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하기도 하지만 더러는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어른들도 청소년들의 이전과 달라진 생각과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백서(2020)」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은 24만명에 달하고, 매년 5만여명의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이하 2019년 기준).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생의 0.7%, 중학생의 0.8%, 고등학생의 1.7%가 학교 밖으로 나갔다.


자녀가 학교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녀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자녀와 갈등하고 실랑이를 벌어야 할까. 필자는 그러기보단 사고의 범위를 넓혀 자녀의 선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이외 다른 대안은 생각해 봤는지 등을 묻고 의논해야 한다. 아울러 그만뒀을 때의 상황, 자녀가 감당해야 하는 여러가지 몫들도 충분히 이야기해야 한다. 


사례를 들어보자. 친구들과 작은 오해가 생긴 A는 무리에 속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인지 학교가 무섭고, 전교생이 자신을 왕따시키는 느낌이 들어 매일매일이 괴로웠다. 부모님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고3인 형에게 몰두해 있는 부모님은 A의 얘기를 그저 친구들과 싸운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A는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검정고시 공부를 하는 게 낫다고 결정했다.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 “학교를 그만두면 날 괴롭히던 아이들을 만나지 않으니 마음이 덜 괴로울 것 같았어요.” 

하지만 학교를 그만둔 A의 일상은 생각과 크게 달랐다. 혹시라도 길에서 아는 친구라도 만날까 도서실에 가기도 어려웠고,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부모님은 하루가 멀다 하고 A에게 “학교로 돌아가라”고 종용했다. 갈등은 갈수록 깊어졌고, A는 고립된 채 1년 반 동안 게임만 하며 지냈다.


그런 A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건 대학생이 된 형의 권유 덕분이었다. 그곳에서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이하 꿈드림)’을 알게 됐고, 심리상담을 받았다.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했는데, A는 이를 통해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갔다. ‘상담’이란 작은 기회가 A의 일상을 회복시켜준 셈이다.

[※참고: 꿈드림은 2014년 5월 28일 제정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기준 16개 시·도와 203개 시·군·구에 꿈드림이 있다.]  


A처럼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거다. 다만, 아이들을 지원해야 할 골든타임은 거의 똑같은데, 학교를 그만둔 그 순간이다. 자신의 의지로 학교를 그만뒀더라도 친구들과 분리된 채 홀로 남겨졌을 때 아이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과 상황에 당황하게 마련이다. A도 “학교를 그만둔 직후에 꿈드림을 찾았다면 게임중독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가 그랬듯 학교 밖으로 나온 많은 아이와 부모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질 공산이 크다. 그럴 때 꿈드림 같은 상담센터를 찾는다면 처방도 그만큼 빨리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꿈드림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적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아웃리치(outreach·찾아가는 봉사)나 연계기관과의 협업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또는 미래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 정도 정보는 숙지하고 있어도 좋을 듯하다. 골든타임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소중한 시간이니까. 

글=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 더스쿠프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