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나눔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홈페이지 방문을 환영합니다.

칼럼

부모에게 필요한 내 아이 상담법 “청소년에게 별 것 아닌 상처는 없다”

  • 관리자
  • 2021-04-01 11:17:00
  • hit446
  • 61.38.101.156

그 학생에게 큰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시험을 못 봤고, 친구와 조금 다퉜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 학생은 “상처가 크다”면서 자신을 몰아세운다. 대부분의 어른은 “별것도 아닌 일로 힘들어한다”며 다그친다. “그게 무슨 힘든 일이냐”며 나무라기도 한다. 하지만 그 학생이 입은 상처가 ‘심리적 외상外傷’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객관적인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주관적인 이유로 심리적 외상을 입을 수 있어서다.

청소년들은 객관적인 큰 사건이 아닌 주관적인 이유로도 심리적 외상을 입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기 한 청소년이 있다. 그는 고작 집 앞 편의점에 가면서 나갈 채비를 하느라 바쁘다. 대체 왜 그럴까. 그맘때 청소년은 ‘모두가 날 쳐다보고 있다’는 자기중심적 생각을 하는 성향이 강해서다. 문제는 이런 성향이 ‘심리적 외상’ 상황에 놓인 청소년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참고: 심리적 외상은 직·간접적으로 극한의 사건과 재난을 경험한 사람들이 입은 내적 상처를 말한다.] 

심리적 외상을 겪는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숨이 막힐 것 같은 갑갑함을 느낀다’ ‘가슴이 쿵쾅거린다’ ‘잠을 잘 자지 못한다’ ‘관련 사건을 잊으려고 해도 자꾸 생각이 난다’ ‘멍하니 있게 된다’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난다’ ‘사람을 피하게 된다’ ‘집중하지 못한다’…. 이런 반응들을 ‘외상 후 스트레스(트라우마)’라고 부른다. 

물론 같은 사건을 겪어도 각자가 받는 심리적 충격이 다르고, 회복하는 속도도 다르다. 어떤 이는 짧은 시간에 마음을 가다듬지만 또 다른 이는 긴 시간 고통에 시달린다. 후자의 경우라면 심각한 상태다.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이 ‘청소년’이라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는 이런 청소년의 심리를 파악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는 ‘객관적 사건’뿐만 아니라 ‘주관적 지각’이 많은 영향을 미쳐서다. 이 때문에 어른의 ‘잣대’로 청소년의 심리적 외상을 파악해선 안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사례를 들어보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아이가 있다. 주위 사람들은 아이의 심리적 외상을 걱정해 상담을 권유한다. 여기 또 다른 아이가 있다. 성적 저하나 친구와의 다툼을 이유로 자살을 시도했다. 안타깝게도 이 아이에게 심리적 외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은 많지 않다. 상담해 보면, “친구와 싸울 수도 있고,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왜 (자녀가) 그렇게 세상 끝난 것처럼 행동하는지 알 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아이는 심리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들은 교통사고 등 객관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의 좌절이나 갈등, 학습 문제 등 주관적 이유로 심리적 외상을 경험한다. 특히 앞서 언급했듯 청소년들은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한 탓에 주관적 이유로 심리적 외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숱하다. 사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청소년 시절에 겪은 심리적 외상이 성인이 된 후에까지 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30대 여성 A씨의 사례를 보자. 결혼을 준비하던 A씨는 남자친구와 심하게 다퉜다. 다툼 중에 갑자기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은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을 경험하고 상담을 요청했다. 상담 결과,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친했던 친구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남자친구와 다투면서 어릴 때 겪었던 고통이 다시 찾아왔던 거였다.  

그렇다면 청소년에게 찾아온 심리적 외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에게 나타나는 반응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을 이해시켜라. 씻고 자고 먹는 일상활동을 지속하도록 유도하라.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 등으로 긴장을 이완시켜라. 주변 사람들과 관련 이야기를 나누라고 조언하라.” 훌륭한 조언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이 조언을 그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심리적 외상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래서 필자는 심리적 외상을 겪는 청소년을 둔 부모들에게 몇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발간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내 아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중 발췌) 첫째, 심리적 충격을 준 대상이나 환경과 거리를 둔다. 외상 사건이 학교폭력일 경우 담임교사 등과 상의해 등하굣길 동행 등 보호조치를 한다. 

둘째, 수면 · 식사 · 위생관리 등 일생생활을 관리한다. 충분히 휴식하고 산책하도록 한다. 평소 익숙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셋째,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이 정상적인 반응임을 알려준다. 넷째, 자녀에게 건강한 모델이 돼준다. 자녀의 반응에 부모도 충격을 받을 수 있지만, 일상을 유지하고 자녀(부모 자신)의 고통을 수용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리적 외상의 다양한 이유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 사회가 각종 사건 · 사고를 겪으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이다. 법적 ·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서울시 · 경기도 · 인천시 등은 청소년 심리적 외상을 예방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했고,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긴급대응체계를 촘촘하게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외상 후 스트레스를 예방·치료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일상까지 아우르기엔 한계가 있다. ‘객관적 사건’이 없었지만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필요한 게 관심이다. 심리적 외상을 겪은 아이들을 마음으로 보듬는 것, ‘별것 아닌 걸로도 힘들어한다’란 왜곡된 시선부터 거두는 것, 이것이야말로 마음의 병을 앓는 청소년을 위한 첫걸음이다. 

글 :  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게시글 공유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