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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불안한 일상을 어떻게 할까요?

  • 관리자
  • 2020-03-23 08: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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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 3이 되는 딸을 둔 엄마입니다.

평소 예민한 성격이라 중학교 입학하여 친구관계의 어려움도 겪고 그로 인해 공부에도 집중을 잘 못하곤 했습니다. 친한 친구가 한 명 생기면서 이제 조금 안정을 찾고 열심히 공부한다고 다짐하며 학원 수강 계획도 새롭게 짜고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월말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상황으로 인해 학교도, 학원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상황이 되니 난감하네요.

처음에는 이 기간도 잠시겠지 하였으나 한 달 이상이나 지속되다 보니 집안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납니다. 매일 딸과 얼굴을 맞대고 지내니 하나하나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이 눈에 거슬려 제가 울화통이 치밀어 오릅니다. 온라인 수업 틀어놓고 머리만 만지고 있고, 공부는 안 하면서 뉴스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나라가 망할 것 같다, 학교 시험을 어떻게 치르느냐, 방학이 없어져서 걱정이다, 혹시 자기도 병에 걸리면 어떡하냐 등등 끊임없이 불안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집에만 있으려 하고 운동도 전혀 안 하고, 공부도 걱정만 하지 노력은 하지 않고, 잠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서 생활 리듬도 무너졌습니다. 사실 저도 혹시나 감염이 되면 어쩌나 두렵고 개학을 한다 해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활하다 학교에 가면 우리 딸이 제대로 적응이나 할 수 있을지 저도 혼란스럽고 걱정됩니다.

(3 학부모, 52)

 

 


글을 올려주신 어머니의 사연을 읽으며, 참 많은 공감이 됩니다.

코로나19라는 신종 전염병 확대를 막기 위해 한 달 이상 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일상이 멈춰버린 듯한 엄청난 감염의 위기상황에서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에 대한 불안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학교 개학을 한다고 해도 부모로서 마음이 편하지 않고, 그렇다고 한창 배우고 학업에 매진할 시기에 학교를 가지 못하는 현실이 얼마나 황당하고 답답하신지요? 지금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있는 중학생 딸과 24시간을 함께 집안에서만 지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식사준비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가까이 있으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게 되고, 자녀에 대한 사랑이 클수록 더 기대하게 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자녀의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이치라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잠시 한 발짝 떨어져 자녀의 입장에서 우리 딸은 지금 무엇을 경험하고 있을까? 어떤 마음일까? 무엇이 힘들까? 무엇이 필요할까?’를 생각해 볼 여유와 관점의 전환을 해 보면 어떨까요? 아마 중 3이 된 딸은 지금 상황이 더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은 학교도 학원도 안 가니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기에 혼자서 공부를 해 나가기 위한 자기조절과 노력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공부는 잘 안 되고, 공부, 친구관계, 사회상황, 자신의 미래 등 이것저것이 혼재되어 머릿속은 오히려 더 복잡하고, 생활의 긴장감은 떨어지며 정서적으로는 더 무기력하게 될 우려가 높은 시기입니다. 이럴 때, 부모님의 지시와 훈계는 오히려 잔소리로 여겨져 역효과만 가져 올 뿐입니다. 엄마와 딸이 대립관계가 아니라 현재의 위기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는 한 팀으로 협력관계를 엮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너도 많이 불안하고 힘들구나. 혼자 공부하며 이 시간을 견디려니 답답하겠지.’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딸의 행동이 좀 더 이해되고, 바라보는 눈빛도 부드러워지며, 함께 뭔가를 하고픈 마음도 더 생길 것입니다. 앞으로 개학할 때까지 남은 기간들을 집안에서 좀 더 의미 있게 잘 보내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해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지금 상황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이야기 나누세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감염 위기 상황에 놓여있는 요즘의 불안과 염려는 너무나 당연한 감정입니다. 또한, 이로 인해 집안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답답함이나 가족 간의 속상함도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문제는 이런 복잡다양한 감정들을 제대로 표출하지 않거나 그 자체를 문제로 여긴다면 더 힘든 시간이 지속될 우려가 있습니다. 감정은 누구에게 말하거나 그 상황을 나누면 한층 쉽게 풀리고 가벼워집니다. 이 때, 감정을 평가하지 마시고 , 기분이 그렇구나. 그렇게 느끼는구나.’하시면서 가족들과 편안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둘째, 불필요하거나 부정적 정보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필요한 만큼만 정보를 확인하세요.

최근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행동 중 하나가 코로나 바이러스19에 대한 각종 뉴스와 정보들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적극적으로 찾지 않아도 휴대폰만 가지고 있으면 이와 관련된 정보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옵니다. 그 중에는 희망적인 소식도 있지만 안타까운 소식들, 불안을 야기시키는 뉴스들이 더 많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기는 하나, 유사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청취한다고 해서 더 나은 지식을 얻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보를 선별하고, 절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머니와 자녀 분 모두 핸드폰 속 정보검색의 시간을 줄이고, 정해진 시간에만 가족들과 뉴스를 보며 함께 정보를 공유하는 변화를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셋째, 실천 가능한 학습 계획을 수립하고 성취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독려해주세요.

새 학기에 열심히 공부할 결심과 계획을 수립했다는 자녀분의 모습에서 희망이 느껴집니다. 비록 지금은 잠시 멈춤 상태인 듯하지만, 개학까지 남은 기간 동안 초기의 결심을 다시 떠올리며 집에서 실천 가능한 학습 계획을 다시 세워보면 어떨까요? 그 계획에는 힘들고 재미없는 부분보다는 스스로 재미있게 잘 할 수 있는 과목이나 학습방법을 우선 선택하여 만족감과 성취감을 높여가는 경험이 더 유익할 것입니다. 학습에 도움 되는 책을 선정해 읽는 시간을 늘려도 좋고, 자신과 좀 더 잘 맞는 온라인 수업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지요. 자녀가 혼자 하도록 두기 보다는 가끔은 옆에서 엄마가 함께 수업을 들으며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칭찬하고 때로는 적절한 선물과 보상을 제공해 주면 학습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넷째, 면역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적절한 운동 환경을 제공하고, 규칙적 생활을 함께해주세요.

지금 상황은 몸과 마음의 건강함을 최적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신체적으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음식들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사람이 붐비는 실내운동은 조심하더라도 집안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사람이 드문 야외에서의 적당한 운동은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해줍니다. 무기력해지기 쉬운 이 때, 가벼운 줄넘기나 체조, 배드민턴 등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적절한 운동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아울러 자녀의 취침시간과 기상시간도 자율적으로 두기 보다는 어느 기준점을 두고 가족이 모두 규칙적인 생활을 영위해 가는 분위기를 형성해 가면 좋겠습니다. 기상시간은 다가오는 개학 이후의 일상생활과도 바로 직결되는 문제니까요.

 

다섯째, 힘이 되는 친구, 가족들과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을 찾아 주세요.

청소년기는 어느 때보다 친구관계가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학교도 학원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친구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 친구들을 만나지는 못하지만 마음에 맞는 몇 명의 친구들과 전화나 메일, SNS 등을 통해 소식을 전하고, 서로 긍정적인 도전을 주는 대화가 유지된다면 정서적 안정과 생활리듬을 회복하는 데에도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가 그러한 대상을 잘 찾지 못한다면 어머니께서 가족이나 지인들 중에 긍정적 소통을 할 수 있는 대상을 함께 찾아주거나 하루 일과 중 가족들과 가정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재미있는 영화관람, 보드게임 등)을 만들어 봐도 좋을 것입니다.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는 말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된 여러 부분들을 조심하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늘을 살기보다는 주어진 하루하루에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가족과 함께 행복을 선택하며 살고자 결심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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