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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8월 부모마음 소개드립니다. - 소리 없는 전쟁

  • 관리자
  • 2018-08-22 09: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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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나 신문을 보다 보면 성격차이로 부부가 이혼했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는데 저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부야 이혼할 수 있지만 자녀와의 성격차이는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제가 요즘 고 1인 우리 딸과 성격차이 때문에 무척 많이 속상하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아들과 딸이 있는데 아들은 좀 순응적인 편이라 크게 부딪치지는 않는데 딸은 자기주장도 강하고 부모에게도 고분고분하지 않아 대하기가 힘이 듭니다. 저는 올바른 사고는 주변정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우리 딸은 기본적으로 자기주변 정리도 잘 안 되고, 시간 약속도 잘 안 지킵니다. 이로 인해 주의도 주고 혼도 내지만 별로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가장 저를 화나게 하는 것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마음이 궁금해서 붙잡고 이야기 좀 하려고 하면 귀찮다며, 바쁘다며 방문 닫아버리고 문 잠그는 행동입니다. 그럴 때면 뛰어 들어가서 소리치며 한 대 두들겨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오르지만 딸이라 그러지도 못하겠고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 결국은 제 성에 못 이겨 밖으로 나가버리곤 합니다. 그렇게 말도 잘 안 하고 불편한 상태로 지내는 일이 잦다 보니 집안 분위기가 말이 아닙니다. 제가 꿈꾸던 가정은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재미가 별로 없네요. (52, , 직장인)

 

# 저는 13, 14세의 아들 둘을 둔 가정주부입니다. 엄마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애들이 저마다 자기 할 일 스스로 잘 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면서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우리집 아들들은 연년생이라 그런지 서로 못 잡아 먹어 으르렁 댑니다. TV리모컨 가지고 자기 보고 싶은 것 먼저 보겠다고 싸우고, 장난감이나 옷 가지고도 서로 경쟁하고, 치고 박고 싸우다가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하고...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아들 둔 엄마는 목소리가 커진다더니 제가 딱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고,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낼 때가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아이들이 싸우면 부부갈등이 더 커진다는 것이지요. 어릴 적부터 남편은 큰 애한테 더 관대하고, 작은 애한테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구요, 저는 오히려 작은 애가 안쓰럽고 큰 애한테 좀 더 엄격한 편이예요. 그러다보니, 이상하게 애들 문제만 나오면 남편과 제가 예민해지고 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네요. 이제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 싫어 아예 말을 안 하는 형국이구요. 이렇게 계속 가면 안 될 것 같은데 걱정입니다. (49, 주부)

 

아무리 애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내가 낳고 기른 내 자녀는 예쁘기 그지없고 더없이 귀한 존재이다. 이토록 특별한 존재인 자녀를 어떻게든 잘 키워보고 싶고, 이들이 바르게 잘 성장해서 건강한 삶을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모라면 한결같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세상에서 가장 뜻대로 안 되는 것 중의 으뜸이 바로 자식 농사라는 말이 있다. 청개구리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굴개굴 하라고 하면 굴개굴개 하고, 산으로 가라고 하면 강으로 가버리는 것이 우리 자녀들이다. 이처럼 부모의 말을 무시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오르는 자녀로 인해 부모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특히, 청소년기에 접어 든 자녀들을 대할 때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기도 힘이 든다. 부모가 한 발짝 다가가서 뭔가 말을 걸려고 하면 아이들은 문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 순간, 부모는 자존심도 상하고 화가 난다. ‘우리 아이가 왜 저러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 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자녀를 향해 폭언을 하거나 체벌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험악한 분위기와 무거운 기류가 집안 곳곳에 흐르게 된다. 게다가 자녀 문제로 부부간의 싸움이 일어나고, 한 집안에서 자녀를 중심으로 아빠와 엄마의 편 가르기가 생긴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컨대 큰 아이와 작은 아이 간의 의견다툼이 있을 경우, 부모가 하나의 방향으로 일관되게 훈육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큰 아이 편을 들고, 엄마는 작은 아이 편을 든다면 가족 간에 이상한 힘겨루기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그 날 그 날의 주제는 다를 수 있지만 싸움과 갈등으로 이어지는 패턴은 유사한 모습으로 집안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이쯤 되면 더 이상 가정은 안락한 쉼의 장소요, 위로와 기쁨을 얻는 곳이 아니다. 가족들이 집안에 머물려고 하지 않고, 자꾸만 바깥을 맴돈다. 서로 얼굴을 대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불편하다. 한 자리 앉아 밥을 먹는 것만도 껄끄러워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따로 다른 시간에 식탁에 앉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누구의 탓인지 그 출발도 그 원인도 흐려진 채 이러한 분위기와 관계 속에서 모두들 힘들어 한다. 소위 소리 없는 전쟁과 같다.

 

어디서부터 이 엉켜버린 실마리를 풀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그 시작은 부모에게 달려있다. 우선은 자녀로 인해 화나고 속상한 마음과 서운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차분히 들여다보자. 생각해 보면, 내 자녀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과 기대감이 너무 커서 실망감과 서운함도 동시에 커졌을 것이다. 자녀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나의 여러 상황과 경험에서 누적된 복잡 미묘한 감정이 혼재되어 있을 수 있다. 그 감정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평정심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혼자 힘만으로 감정조절을 하거나 객관적인 상황 조망이 힘들다면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두 번째는 부모 입장에서 자녀를 바라보는 시각을 자녀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자녀를 키울 때 부모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는 부모의 가치와 경험을 근거로 자녀의 행동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부모가 중요하게 여기는 범주 안으로 자녀의 생각과 행동을 바꿔보려고 한다. 예컨대, 엄마 입장에서는 주변 정리를 깨끗이 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좋겠지만 자녀가 지닌 기질은 그 때 그 때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몰아서 한꺼번에 정리하거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아도 별로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인정하고 그냥 내버려 둬도 괜찮다. 부모의 가치와 기질적 특성과 다르다고 해서 자녀의 행동이 틀린 것이 아니다. 그냥 부모와 다를 뿐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허용하는 것! 부모가 지금 나의 자녀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세 번째는 부부간의 관계 회복이다. 자녀가 생기면 부모는 책임감이 더 강해지는 동시에 부부중심에서 자녀중심으로 관계 패턴이 변화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자녀들이 가정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때는 부모가 자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주면서 아빠와 엄마가 웃으며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줄 때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위한다는 이유로 부부가 날 선 모습으로 싸움을 하거나 갈등 상황을 지속시킨다면 우리 아이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두려움 속에 빠져든다. 그 밑바닥에는 죄책감과 자기 존재에 대한 불편감까지 경험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부모들이여, 진정으로 자녀를 사랑한다면 부부관계의 핑크빛을 다시금 회복해 보자.

그리고 가족 간의 다름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운 사랑을 품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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