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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모에게 받지 못한 것을 자식에게 받으려고 하는 양육의 실수

  • 김요완
  • 2015-03-25 16: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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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모 칼 럼

부모에게 받지 못한 것을 자식에게 받으려고 하는 양육의 실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가족상담학과

교수 김 요 완

 

필자는 상담자(counselor)이면서 상담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필자는 부부상담과 청소년상담, 그리고 청소년이 포함된 가족상담을 하기를 좋아하는지라, 부모교육에 대한 의뢰를 종종 받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모교육에 대한 의뢰를 받을 때면 부담감을 느끼며 강의 준비를 하게 된다. 그 이유는 필자도 사춘기에 있는 딸과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부모이기 때문이다. 

 

성장과정에서 부모 말을 잘 들은 소위 ‘모범생’이었던 필자는 부모와 큰 갈등 없이 성장하였다. 딸을 양육하면서 전공지식 대로, 소통을 잘 하려고 하였고 자신의 감정과 의견에 대한 주장을 적극 표현하도록 양육하였다. 그런데 딸이 사춘기를 경험하면서 ‘따박따박’말대꾸를 하는데, 그 정도가 참기가 힘든 양이어서 화가 날 때가 많았다. 이에 필자는 상담을 받으며 도움을 받고자 하였다.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필자는 만4세 때, 형과 많이 싸워서 외가인 강원도 양구로 몇 개월 간 보내진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상담을 통해 잊혀진 기억들이 떠올랐고, 이를 통해 필자가 가족과 떨어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화난 마음이 필자 마음 깊은 곳에 있었고,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주장을 잘 하도록 한 것 같지만 사실은 딸이 순종할 때만 칭찬하면서, 필자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필자로부터 심리적으로 분리되지 못하게 대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부모에게 기대했던 지지와 인정을 받지 못한 기억으로 인해, 딸에게 순종과 부모에 대한 지지와 인정을 강요했던 태도를 인식하게 되었다.  

 

필자가 상담을 받으면서 어릴 적에 몇 개월 간 버림받은 섭섭함과 슬픔, 두려움을 인식하고 표현하며 그 마음이 가벼워 진 것도 좋았지만, 더 의미 있었던 것은 필자를 상담해 주셨던 상담자의 질문을 듣고, 어릴 적의 기억에 대한 내면의 새로운 이야기가 써진 것이었다. 즉, ‘버림받았다.’는 내면의 이야기가 ‘부모가 얼마나 나를 신뢰했으면 형이 아닌 나를 외가에 보냈겠는가?’라고 변한 것이다. 이렇게 새롭게 써진 내면의 이야기는 버림받은 슬픔과 분노감에서, 신뢰받은 뿌듯함과 자존감을 느끼게 하였다. 그 후 딸의 말대꾸와 반항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내적인 힘이 생김을 알 수 있었다. 

 

필자는 소년보호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청소년을 상담하거나 자살 시도를 하는 청소년을 상담할 때, 먼저 부모에 대한 상담을 깊이 진행한다. 필자가 경험했던 것처럼, 이들 부모가 자신들의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것들로 인해 두려움, 긴장을 느끼면서 자녀에게 강요하는 과정에서, 자녀들의 분노감정이 야기되어 비행이나 자살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상담을 받으면서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부모가 성장할 때 자녀가 빠르게 안정을 찾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소년들은 화가 많이 나 있다. 이것은 청소년들이 인정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부모의 욕심대로 강요받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할까봐, 돈을 많이 벌지 못할까봐,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할까봐….’하는 두려움과 걱정들로 인해, 부모는 자녀에게 너무 과하게, 많은 것들을 강요하고 지시한다. 그것은 부모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 즉 부모의 부모로부터 받지 못했던 관심과 인정, 지지를 자녀에게 강요하는 “실수” 때문이다. 이러한 양육에 대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자녀가 성장하는 것처럼 부모도 성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시선을 자녀에게 향하면서 “얘, 때문에…”, “얘가 잘못해서…”라고 생각하기보다, 시선을 부모 자신에게 수렴하며 자신에게는 어떤 결핍과 좌절이 있었는지, 그로 인해 자녀에게 어떤 실수를 하였는지, 돌아보는 시도들이 필요하다. 이런 시도들을 한, 딱 그만큼만 부모들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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