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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워야 채운다!

  • 백중하
  • 2013-12-23 23: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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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야 채운다!”



성동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팀장 백중하



 한창 감수성이 예민했던 학창 시절, 이맘때쯤인 12월이 되면 겨울의 텅 빈 들판을 바라보면서 왠지 가슴이 허전하고 쓸쓸해져 하루하루를 보내기가 힘들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면 지난 1년간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만 낙오자인 것 같고 인생의 패배자가 될 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하곤 했었습니다.
그 때는 그게 저만의 고민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 때 내 나이의 요즘 청소년들을 만나보면 그 때보다 상황이 더 나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허전한 가슴을 부여잡고 힘들어하는 모습들을 보곤 합니다.
학업에서의 끝없는 경쟁으로 인해 또래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과도한 긴장을 하게 되어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중독되고, 총기가 없는 눈으로 살거나 이유 없이 타인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하거나 무기력해지는 청소년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누군가와 가슴 속의 허전함을 함께 나누고 싶은데 그럴 대상이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부모들과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줄 세우기를 하면서 1등만 인정하고 무조건 1등만 되기를 원한다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학업이나 성적과 상관없는 것에 대해서는 가치가 없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며,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 의미를 모르겠다고 넋두리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바쁜데다 무한경쟁 시대에 ‘배부른’ 소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학원이다 어학연수다 하면서 소위 뺑뺑이를 돌립니다. 어려서부터 경쟁을 가르쳐 남보다 먼저 가야 되고 나만 하면 된다는 극한 이기심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또한 자녀의 적성과 흥미는 깡그리 무시하면서 부모가 못했던 것들을 자녀를 통해서 얻으려고 합니다. 자녀의 머리에 무언가를 자꾸 더 집어넣으려고 합니다. 초반에는 청소년 자녀들이 부모의 뜻대로 되는 것 같고 잘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점차로 지쳐가고 남모르게 병들어 사춘기 이후에는 급속도로 부정적으로 변하거나 힘든 상황들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다면 부모님들께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청소년 자녀의 발달에 대해 이해를 하셔야 합니다. 청소년 자녀들은 심신뿐만 아니라 재능과 정서 등에서도 상승적인 변화과정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의 모습이 아닌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 주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또한 청소년 시기의 중심과제는 자아정체감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자기 존재에 대한 의문과 탐색이 시작되고 자기 동일성에 대한 자각, 자기의 위치, 능력, 역할 및 책임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됩니다. 또래 속에서 동일시 대상을 찾거나 존경하는 위인이나 영웅, 심지어 연예인 속에서도 동일시 대상을 찾기도 하면서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해 보려고 합니다. 이 시기에 긍정적인 자아정체감을 확립하게 되면 이후 단계에서 부딪치는 심리적 위기를 무난히 넘길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청소년기의 부모들은 상담자와 격려자의 역할을 하셔야 합니다. 또래와의 동일시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여서 부모의 격려가 필요하므로 부모의 권위만 내세워 자녀에게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지 말고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자녀를 이해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어주며 그들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역할들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또한 정체감 발달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셔야 합니다. 청소년 자녀가 초기에 정체감을 형성하는 데 있어 부모가 성인 사회의 표본이 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이상 부모에게 종속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친구로부터 칭찬받기를 원하지만 자신의 가족들로부터도 완전히 이탈하기를 원하지 않으므로 갈등을 느끼게 됩니다. 부모는 사춘기 자녀의 이러한 갈등을 이해하면서 이들이 확고하게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에서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텅 빈 들판이 가슴 시리도록 쓸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겨울 한 철 들판이 텅 비워져야만 새봄에 다시 새로운 것들이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이 위대한 자연의 섭리입니다.
부모님 여러분! 우리 아이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고 나중에 더 좋은 것들을 마음껏 채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금 넉넉하게 비워두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모든 것을 비우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마음을 ‘비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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