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나눔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홈페이지 방문을 환영합니다.

칼럼

방학 중 자녀지도 - 정서적 재충전

  • 관리자
  • 2020-03-17 16:21:24
  • hit1219
  • 61.38.101.156

방학 중 자녀지도 - 정서적 재충전

 

 

-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유혜진

  

 

  아리(중학 1학년, 가명) 부모님은 방학이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리가 초등학생 때는 방학이 길게만 느껴졌는데 중학생이 된 후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서 아리도 부모님도 힘든 한 학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방학이 되니 아리도 예전의 밝고 편안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 같고 부모님도 학교 가는 문제로 아침마다 아리와 전쟁을 치루지 않아도 되어서 마음이 한결 가볍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중학생 아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초등학교 때 학교생활도 잘하고 친구관계도 좋았던 아리는 중학교 입학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학교급식도 안 먹고 학교도 학원도 안가겠다는 등 학교생활을 힘들어하기 시작하였다. 아리에게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 같이 다니던 친구가 두 명 있었다. 아리는 이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초등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두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다. 두 친구는 같은 중학교에 배정이 되었고 아리만 다른 학교로 배정을 받게 된 것이었다. 아리가 다니는 중학교에도 같은 초등학교에서 온 친구들은 있었지만 아리하고 친한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아리의 부모님은 아리가 두 친구들과 같은 중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어서 많이 슬퍼하였지만 아리가 밝은 성격이고 친구들과 사이도 좋은 편이어서 곧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리에게도 그렇게 안심을 시키곤 하였다. 아리도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중학교 생활이 걱정은 되었지만 막연히 잘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아리는 입학한 후 친구사귀기가 만만치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급격하게 위축되기 시작하였다. 급식시간이 되어서 급식실로 이동을 하는데 아리는 함께 밥을 먹을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당황하였다. 다행히 같은 반에 친하지는 않지만 같은 초등학교에서 올라온 친구가 한 명 있어서 그 친구와 함께 이동하게 되었는데, 다른 반에 있던 그 친구의 친구들이 함께 모여 그룹을 형성하면서 아리는 소외감을 느끼고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주말에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그리워서 만났지만 두 친구는 같은 중학교에 다녀서 아리만 모르는 얘기를 하였고 아리는 두 친구들과 있으면서도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아리는 더 이상 두 친구들과 만나고 싶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친구들 틈에 끼여서 급식을 먹는 것을 포기하였다. 아리는 점점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지내게 되었다. 아리는 친구들이 혼자 있는 자신을 이상한 아이로 보지 않을까를 걱정했고 다른 친구들이 모여 있으면 자기를 흉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 아리는 이렇게 큰 고통을 견디면서 학교를 다녀야하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고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게 된 것이다. 아리는 아침마다 학교를 가라는 엄마와 전쟁을 치루면서 때로는 결석을 하고 때로는 지각을 하면서 한 학기를 보내게 되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는 아리와 아리의 부모님 모두에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학기였다. 

 

  방학이 되자 아리는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일단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삼삼오오 모여서 수군덕거리는 친구들을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아리는 살 것만 같았다. 아리의 부모님도 오랜만에 편안한 모습의 딸을 보면서 안심이 되었다. 방학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아리도 부모님도 그렇게 힘들었음에도 마치 문제가 없는 것 같은, 또는 문제가 해결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실제로 많은 경우 친구문제로 힘들어하던 청소년들이나 부모님들이 방학이 되어 친구들을 만나지 않게 되면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문제가 해결 되었다기보다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기 때문에 개학하면 대부분 다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방학 동안에 어떻게 하는 것이 개학 한 후 적응에 도움이 될까?

 

 아리는 심적으로 많이 지치고 위축되어 있는 상태이다. 휴식이 좀 필요할 것이다. 다소 무기력해보이고 나태해보여도 며칠 동안은 그렇게 두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때 부모님이 아리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님들도 방학하고 하루 이틀은 기다려주시는 것 같다. 그런데 자녀가 늦잠을 자고 핸드폰만 하고 있는 모습이 조금 길어지게 되면 부모님들은 조급한 마음이 든다. 방학동안의 나태한 생활이 개학 후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다른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면서 선행학습을 하는데 저렇게 놀아도 되는 것인지, 아이가 힘들어 한다고 아무것도 안하게 한다면 너무 나약해지는 것은 아닌지를 걱정하게 된다. 어쩌면 방학동안 부모님들은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걱정을 내려놓는 것을 연습해야할 수 있다.

 

  방학동안 아리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감의 회복이다. 자신감이 생기면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끼리 더 친하고 더 활발하게 소통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아리가 충분히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음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상황과 자신의 감정을 수용하게 된다면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부끄럽거나 위축되지 않을 수 있다. 아리가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리의 고민뿐 아니라 아리가 일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자 할 때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어 존중받고 있음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리가 고민을 얘기할 때 충고나 조언,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격려보다는 아리의 고통에 대한 진심어린 이해와 이해했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나 선배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리와 초등학교 6년을 같이 다녔던 친구들과의 만남도 중요할 것이다. 아리가 친구들에게 느낀 소외감을 털어놓고 이해받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것은 아리가 선택할 일이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6년 동안을 함께 한 친한 친구들이라면 만남을 통해 서로의 우정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방학은 학습이나 생활습관 뿐 아니라 정서적인 재충전이 필요한 시간이다. 방학이 가기 전에 우리 아이들의 정서적 재충전을 위해 부모들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부모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게시글 공유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