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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소년노동보호법’을 제정하자

  • 관리자
  • 2017-12-05 10: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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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노동보호법’을 제정하자

 

송태수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현장실습생의 죽음은 해를 거르지 않고 거듭된다. 최근 현장실습생 이민호군의 산업재해 사망 사건은 그 배경에 심각한 불법행위들이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군은 만 18세였다. 이군은 노동법으로는 성년이지만, 민법으로는 미성년자(만 19세 미만)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이군의 1일 법정 근로시간은 8시간이지만, 2015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업교육훈련촉진법’(직업교육훈련법)에 근거해 고시한 ‘현장실습 표준협약서’(표준협약서)에 따르면 1일 ‘현장실습’ 시간은 7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

 

정부 ‘고시’에 따른 표준협약서를 작성했음에도 이군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1주일 엿새 동안 65.5시간을 일했다. 표준협약서에서 정한 주간 ‘실습시간’ 35시간보다 30.5시간이나 초과한 것이다. 하지만 이군이 만 18세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본인의 동의하에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을 뺀 25.5시간의 초과근로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현장실습생의 실습활동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고시했지만 실습현장에서는 전혀 효력을 갖지 못하는 배경이다. 법체계의 복잡함과 내용의 비일관성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만 19세 미만 호텔리어를 전공한 특성화고 실습생은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고용금지 업소로 분류되는 숙박업에는 현장실습을 나갈 수 없다. 졸업 후 만 19세에 도달할 때까지는 전공을 살려 취업할 수도 없다. 이 또한 현행 법체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노동관련법, 청소년관련법 및 직업교육훈련법 등에 따라 집행을 위한 단일한 기준이 없이 헷갈리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직업교육훈련법에 따른 ‘고시’ 표준협약서에서 정한 7시간을 초과하여 적발되면, 회사는 “현장실습으로 소개받았으나 본인이 정규직 입사를 희망해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그만이다. 하루에 10시간까지 연장근로를 시켜도 아무 문제가 없다.

 

현재 특성화고생 실습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문제다. 청소년에게 제대로 된 현장실습 기회를 주면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청소년 노동기본권도 보호하려면 ‘청소년노동보호법’과 같은 독립된 법을 제정해야 한다.

 

‘청소년노동보호법’의 제정 필요성은 ‘헌법’에서 유추된다.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과 같은 노동시장 규율법은 헌법 제32조 제1항과 제3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 조항에 근거한다. 마찬가지로 헌법 제32조 4항에서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는 조항 때문에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노동조합 결성권을 위시해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33조에 근거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연소자의 근로를 특별히 보호하라’는 헌법 제32조 5항만 무시되고 있다. 이제라도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청소년노동보호법’을 독립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직업교육훈련법 개정안 발의만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추가적인 ‘희생자’ 발생을 방치한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노동보호법’을 제정할 필요성은 현실을 보면 더 절박하다. 현재 청소년의 노동은 더 이상 ‘용돈벌이’를 위해서 시간 나면 하는 ‘알바’ 수준이 아니다. 중고생 아르바이트 청소년은 약 23만명, 대학생(만 24세 이하)까지 확대하면 168만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전체 노동자 10명 중 한명이 만 15~24세 청소년이다.

 

우리 사회 모든 실습생들은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현장실습’이라는 조건 때문에 ‘을’의 지위에서 ‘실습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비록 성년이긴 하지만 (전문)대학교 내지 다양한 자격 취득을 위해 필수로 부과되는 모든 현장실습생들의 문제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보다 더 심각하다. 단지 18세 이상이라는 이유로 묻히고 있을 뿐이다.

 

‘청소년노동보호법’은 독일의 ‘미성년노동보호법’보다 적용 대상 범위가 포괄적이어야 한다. 9~14세 아동노동, 15~17세 미성년노동 외에 18~24세 청년(실습)노동에 대해서도 규율해야 한다. ‘청소년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는 청소년 전체 연령대를 포괄해서, 세 연령대별로 차별적인 보호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 대학 진학률이 70~80%에 달하는 현실에서 18~24세 청년들은 대다수가 교육훈련 중이다. 18~24세 연령층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실습’에 대하여 엄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 ‘청소년노동보호법’ 제정을 계기로 모든 사업주들이 ‘노동’ 시킬 때와 ‘실습’ 중인 상태를 명확히 구분하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노동보호법’ 제정을 계기로 미성년자의 노동, 이른바 ‘알바’에서 노동기본권 침해가 더는 재발하지 않도록 단일하고 엄정한 기준을 정해서 규율해야 한다. 미성년노동은 이후 평생 종사하게 될 직업 세계의 첫 경험이다. 하지만 이러한 첫 경험의 현장에서부터 노동기본권은 매우 광범위하게 침해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약 30%로 나타난다. ‘노동존중 사회’는 청소년노동 보호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청소년노동보호법’ 제정을 계기로 우리 사회를 노동존중사회로 만들겠다는 국민적 결단을 해야 한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21980.html#csidx1468bf9af37c3428da1c4446250ae00   

[2017. 12. 4.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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