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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익명
  • 2020-07-16 13:54:10
  • hit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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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질문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저의 고민이자 삶에 영향을 주었던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서 상담을 두세 번 정도 했었어요.

마지막 상담 이후로 현재까지는 엄마와 거리를 두고 지내고 있어요.

비록 같은 집 안에 살고 있지만, 심적으로 거리를 두니 한결 편해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안정을 찾아가는 느낌이었어요.

근데 선생님, 제가 오늘 엄마한테 아주 큰 잘못을 했어요. 칼을 꺼냈거든요.



엄마의 관심사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부동산'이에요.

오빠는 부동산학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엄마와 대화가 통하는데, 저는 간호학과라서 그 분야에 대해 오빠보다 잘 몰라요.

(원래 저희 가족은 밥을 다 따로 먹어요. 같이 모여서 먹는 날이 드물어요) 오늘은 오빠, 저. 이렇게 둘이서 밥을 먹고 있다가 엄마가 부엌에서 무언가를 하시면서 부동산에 대해 엄마의 주장을 말씀하셨는데, 저는 아무것도 못알아들었어요.

종부세, 시가, 공시가 등등등...아는 단어 몇 개는 나오긴 했는데 세부적인 내용은 자세히 이해하지 못했었어요.

그래도 오빠가 옆에서 엄마 말씀을 듣고 있으니까 저는 가운데서 그냥 듣고 있었는데, 오빠가 밥 다 먹고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계속 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엄마한테 '엄마, 나는 잘 몰라' 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다른 집 딸들은 잘만 알아듣는데 우리집 딸은 왜 이런 것도 몰라?' 라고 말씀하셨어요.

나: 그러면 나를 부동산학과로 보내던가

엄마: 다른 애들은, 니 또래 애들은 부동산학과 아니어도 이쪽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애들은 다 알아. 다른 집 애들은 다 아는데 넌 왜 몰라?

나: 엄마, 나 지금 되게 기분 나쁜 거 알아?

엄마: 니년은 엄마가 하는 말은 다 듣기 싫지? 아주 바득바득 지랄을 해?

여기까지 기억이 나고 중간은 기억이 확실하게는 나지 않아요. 제가 뭐라고 하고 방으로 들어갔고, 엄마는 '자식이 웬수라는 말이 딱 맞다', '다른집 애들은 알바도 잘 구하는데 이집 새끼들은 집구석에만 쳐박혀 있는게 한심하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셔서 '난 지금 실습 기간이고, 알바 구할 수도 없는 처지다, 그럼 실습 다 관두고 알바하러 나갈까?' 이런 식으로 말했어요.

6월 26일에 종강했고, 그 후부터 저도 알바를 계속 구하려고 했는데, 사실상 7월 13일부터 또 실습이 껴있는 상황이라 지속적인 알바를 구하기는 힘든 상황이에요. 제 여건에 맞추어진 알바자리는 매일 찾아봐도 보이지도 않고요.

첫 번째 실습(6월에 있었어요) 때, 실습 시간에 엄마가 뭘 부탁하셨는데 '나 지금 실습 중이야. 지금 그거 못 해' 라고 말했고, 그 말에 엄마는 저한테 화를 내셨어요. 그래서 해드렸는데, 사실 실습 중에 이탈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실습 점수도 감점당했어요. 감점당한 게 생각나는데, 알바 못구한다고 또, 비교하니까 화가 났어요.

후에 제가 죽고 싶다고 했더니 '너가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 '너같은 년 그냥 나가 죽는 게 내 속이 편하다' 라는 말을 들었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 엄마한테 죽고싶다고 했더니 부엌칼을 보여주면서 '정 그렇게 죽고 싶으면 죽어라' 라고 했던 엄마가 생각나서 진짜로 부엌칼을 꺼내들고 '내가 못죽을 거 같아? 라고 하면서 싱크대를 칼로 찍었어요.

그런 후 엄마한테 뺨을 맞았어요.

엄마: 이 썅년, 엄마한테 할 소리가 있고 안 할 소리가 따로 있지. 이 썅년!

나: 왜? 저번엔 엄마가 내 손에 칼 쥐어주면서 못할 소리 다 했잖아, 나도 해보겠다는데 뭐가 잘못됐어?

엄마는 계속 제 뺨을 계속 때리셨고, 저도 이성을 잃었었는지 계속 엄마를 쳐다보며 맞고 있었어요. 약간 누가 이기나 보자 이런 마음으로 계속 쳐다봤던 것 같아요.

계속 엄마는 욕을 하면서 그냥 나가 죽으라고, 너 없는 게 속 편하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어요.

엄마: '씨발년, 니년 입에서 엄마라는 단어 내뱉기만 해 봐, 입을 찢어버릴 거니까. 씨발년'

더는 듣기 싫어서 밖으로 나갔어요. 엄마한테 저 말을 듣고 '엄마, 엄마, 난 갈테니까 엄만 잘 살아'. 이 말 한 마디 하고요.

오기였을까요. 어떤 감정으로 저렇게 얘기하고 나온 건지는 모르겠어요.


밖으로 나왔는데, 눈앞이 캄캄했어요. 제가 잘못했다는 걸 뻔히 아니까. 솔직히 어느 자식이 부모 앞에서 칼을 꺼내들겠어요... 그 행동을 하는 순간에도 저 자신도 움찔했었어요.

엄마한테 미안하긴 한데, 저도 상처를 받아서,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곧장 서점으로 가서 '엄마도 엄마를 사랑했으면 좋겠어' 라는 책을 사서 카페로 갔어요.

그렇게 책을 다 읽고 한강에 가서 바위에 부딪히는 물소리를 듣다가 광진교로 갔어요.

광진교에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엄마한테 카톡을 보냈어요. 엄마를 더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엄마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봐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못난 딸이라 미안하다는 뉘앙스로요.

엄마한테 온 답장은 '아니 못된년' 이거였어요.

'못난 딸'을 '못된 년'으로 정정하라는 거였을까요, 아니면 엄마의 화해법이었을까요.



사실, 이 책 때문에 고민이 생겼어요.

지난 한달간 엄마는 더이상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엄마를 이해하기로 했는데, 왠지 이 책에서는 착한 딸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처럼 들렸어요. 모든 걸 엄마에게 내주어야 한다는 식으로요.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의 제 생각은 이 책 저자의 생각(제가 해석한 결과로)과 같았어요. 그래서 더 혼란스러워요. 어떤 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답이라는 건 없겠죠, 선택하기 나름이겠죠. 나 자신을 포기하면서 부모님한테 맞춰 살았던 동안에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사는 것 같았어요. 엄마를 이해하면서 살았던 지난 한달 동안은 조금은 편하게 살았어요.

근데,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1위를 달렸대요. 왜인지 모르겠어요. 저자의 뜻대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책을 읽고나니 앞으로는 지난 한달처럼 살지 못할 것 같아요. 마음 한 구석에 짐덩이가 생겨났어요. '나 자신을 좀 더 아끼면서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럼 엄마가 불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흘러요.


정리가 된 상태로 글을 썼다면 좋았을 걸 너무 두서없이 써내려갔네요... 정리를 하자면 음...

1. 칼을 꺼낸 것에 대한 죄책감. (엄마를 해하려고 한 거 아니에요. 제 자신을 찌르려고 했어요. 그것도 못할 짓이라는 거 알아요. 후레자식이라는 말을 들어도 될 정도로요. 폐륜이죠 이정도면... 엄마도 당황스러우셨겠죠. 그러기에 제 뺨을 계속 때리신 거겠고... 이거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입니다...)

2. 엄마가 비교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비교로 인해 저 자신이 한없이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느껴요)

3. 책을 괜히 읽었다는 생각. (1,2번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혼란이 가중되었어요)

4. 위기감. (칼을 들었다는 것에서 큰 충격을 먹었어요. 맨날 생각만 했지 직접 든 건 처음이었거든요. 이제 끝까지 온 것 같아요.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있다면 저는 저를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 답변

안녕하세요,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사이버상담원입니다.

 

 

익명님이 올려주신 글을 잘 읽어보았어요. 몸이 처지고 쎄한 느낌이었고 공중에 떠 있는듯, 파도가 밀려오듯이 마음이 불안해져서 놀라고, 견디기 힘들었겠네요. 그런데 이번 주 들어서 나아졌다니 참 다행이에요. 요즘 취업과 경력에 대한 압박감, 남들보다 뒤쳐질까봐 두려운 마음, 서류와 면접에서 떨어져서 의기소침한 느낌 등으로 지치고 힘들었겠어요. 그래도 익명님의 마음들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니 의미가 있기도 한 것 같아요.

 

취업 준비를 할 때는 안개 속에 있는 듯이 막막하고, 서류를 준비하고 면접을 보며 그저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들지요. 저도 취업 준비를 할 때 참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다른 사람들보다 도태될까봐 두렵기도 하고, 애써서 서류와 면접을 준비했어도 떨어지면 진빠지고, '내가 부족한가' 싶은 생각이 들면 위축되기도 하지요. 지원하는 곳의 평가를 계속 받는 것을 견디는 것도 쉽지 않고요.

 

익명님 스스로가 힘든 감정을 알아차리고, '내가 지금 힘들만 하지' 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애쓰고 있다'고 응원해주면 좋겠어요. 이게 연습이 필요하고 쉽지는 않지만요. 혹시 익명님이 편하게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나요? 지지가 되는 사람과 만나거나 대화를 하는 것도 좋겠고요. 계속 타인의 평가를 받으면 위축될 수 있는데, 내가 지금 노력하고 있는 모습과 이미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떠올려보고, 서류나 면접을 마치면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 것도 좋겠어요.   

 

다시 불안해지면 알아차리고 심호흡을 해보길 권해요. 불안할 때 이완되고, 스스로를 달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요. 숨을 들이마시고(4초 정도), 잠시 숨을 참았다가, 천천히 숨을 내쉬어보세요(8초 정도). 숨을 들이마실 때는 아랫배가 나오고, 숨을 내쉴 때는 아랫배가 들어가도록 복식호흡을 하면 좋아요. 이를 반복하면서 숨을 내쉴 때, 힘든 감정들을 내보낸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나서 몸의 느낌과 기분은 어떤지 알아차려보세요. 글에 쓰신대로 가벼운 운동(산책 등)을 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상담 글을 쓰신 것도, 글 쓰니까 힘이 나셨다고 하니 익명님의 마음이 힘이 느껴지네요. 다시 불안하고 힘들어질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감정은 흘러가기도 하고, 익명님이 가진 마음의 힘이 있으니 스스로를 달래보면서 지나갈 수 있을 거예요. 원하는 일과 지원하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리길 바랄게요. 응원을 보내요!

 

답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어요.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으시면 게시판에 다시 글을 올려주셔도 좋고, 채팅상담(월, 목 12시~7시 / 5시~6시 제외)을 이용하실 수도 있어요.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다시 찾아주세요.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사이버상담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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