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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인가요

  • 윤지
  • 2017-01-03 09:49:49
  • hit30
  • 61.38.101.156
Q. 질문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이 사이트와 많은 사람들을 거치면서 여러 문제들과 직면했습니다만.
뭐 어찌저찌 고등학교생활이 끝이 났습니다.
저가 겪었던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았으나 조금은 나아진 것 같습니다.
학업에 대한 압박감이 사라졌기에 조금 가뿐해진 것이겠지요.

학업과 자신의 여러문제점에 대해 힘들어했던 시절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뭐 다시 찾아뵙게 된 것도 또 그냥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또 최근에 부모님과 불화 비슷한 게 있기도 하고..이런 얘기를 친구들과 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요.

수능은 당연하게도 망쳤습니다. 한 두 달 전부터 거의 공부에 손을 놓고 있었기에 당연한 일이겠지요. 힘들다는 말로 그저 저는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압박감으로 가득찬 현실을 그저 하고싶은 데로 살고 싶었죠.
그래서 포기해버렸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이나 될 수 있을까.

그저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크게 들었습니다.
모두 포기해버리면 이 고통도, 이 압박감도 모두 끝이 나지 않을까.
자괴감과 인생을 비관적으로 살던 저가 그렇게 공부를 포기했고, 부모님은 힘들어하는 저를 보며 너가 살아가고 싶은 삶을 살라며 공부를 강요하지는 않으셨습니다.

나의 자기과민때문일까요. 남의 시선을 굉장히 신경썼던 저는 남이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하더라도 그들의 기대를 맞추려고만 했습니다. 그들의 진짜로 나에게 그렇게 기대하지않는다하더라도 나는 늘 부정적으로 해석해 없는 기대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 왔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을때에도, 웃긴 게 남들이 그런 나를 보고 실망하면 어떡하지..
기대를 맞추어야만 해. 그래야지 남들이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 줄 것이다라며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친구들 앞에서는 열심히 삶을 살았습니다.
공부하고, 모범생처럼.
집에서는 그저 영상을 보고 책을 읽었습니다.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이중적이죠. 결국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 행동.
물론 집에서도 이따끔씩 보이는 시선들에 조금 뜨끔뜨끔했습니다.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보이는 부모님의 눈이 마치

나를 쓰레기로 여기는 것 같아서, 공부를 해야만해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저는 부모님께 화를 냈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싸웠고.
대화를 피하고, 부모님을 싫어했습니다.
나를 미워한다고, 괴로워하는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을 그만두었고 문을 닫았습니다.

이것도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 행동입니다. 자기방어적이죠.
싸움으로써 정당성을 만들고자 하는 한심한 내 자신.
나는 방어하고 싶었습니다. 감싸고 싶었습니다.
너무나 한심한 내 자신을, 남들에 비해 초라하고 빛조차 없는 내 자신을 포장하고 싶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와 대단하다라고 말한 것 같이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인정받음으로써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말은 외로웠습니다. 정말로 외로웠습니다.

왜 사람이 무인도에서 아무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하는 건지 깨달았습니다.
나는 계속 지금까지도 무인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나는 괜찮아라며 한심한 내 자신을 포장하고 스스로 가두었습니다.
그리고 울었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나네요.
과연 이 눈물은 내 자신에 대한 동정일까요? 아니면 한심함일까요.

수능이 끝이 나고 학교도 뭐 끝이 났죠. 졸업만 기다리면 됩니다.
알바를 뛰어보려고 했습니다만..1999년생이라 일자리가 많지는 않더군요.
더 깊이 찾아보면 있겠지만..야간만 잔뜩있고 다들 만 19세를 넘어야되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18세인 저는 다니지 못했습니다.
돈을 벌고 싶은데, 돈을 벌어 쓰고 싶은데 말이죠.
그래서 그냥 집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게임을 하고 영상을 보고 자고..
소위 말하는 히키코모리정도겠죠.

그렇게 뒹굴뒹굴거리다가.
이제 정시모집이 다가왔습니다. 수능은 망쳤으니 인서울은 가능하지만 듣지도 못한 4년제고..뭐 취업을 위해 전문대라도 들어가려했습니다.
항공쪽이 취업이 잘된다고 해서 인하공대쪽이나 여러곳을 뒤져보았습니다.
다른 전문대들도요.
어차피 가나다 4년제도 써야할 것 같으니 그쪽도 알아보았습니다만.

우울해졌습니다. 확실히 저가 만든 결과입니다.
평소에 해놓은 걸로 주요 세과목이 343인 것 솔직히 놀랄만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3학년 일년동안 거의 공부가 소홀했습니다.
한 5월달부터 무너졌었죠.
영어야 원래 평소부터 부족했으니 4인것은 이해하겠습니다.
누구보다도 노력했던 사회문화는 어째서인지 5를 받았습니다.
누구보다도 노력하지 않았던 한국지리는 4를 받았습니다.
망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잘본 것이라는 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남의 눈을 위해 해왔던 공부는 이정도 였네요.
잘난 척을 하자면 공부를 제대로했더라면, 좀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저는 남들보다 머리가 좋은 것은 인정합니다.
아니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이겠죠. 머리가 좋다고 노력을 아예 안한적은 없습니다.
재수를 하면 될지도 모릅니다.

다만 부모님도 저도 압니다. 내가 괴로워했던 작년과 똑같을 것이라는 것을.
또 그 고통을 느껴야해야 하는 것을. 몰려오는 자괴감에 죽고 싶다고 연발할 것을.
그러니까 하지 않으려 합니다.
너무 심한 압박은 결국 자괴로 이어지고 죽고 싶다는 맘이 들게 하거든요.
저는 너무 약한 나머지 좀 힘들다싶으면 포기해버립니다.
바보같은 근성이죠.

그런데 전문대를 들어간다하더라도, 항공쪽을 간다하더라도.
저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혹하는 학과도 딱히 없고.
항공쪽도 솔직히 저가 흥미가 돋는 것도 아닙니다.
아니 아무것도 흥미가 들지 않습니다.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이 반복되면서 그저 또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아무런 생각도 목표도 없습니다.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다 포기하고 책을 읽으며, 게임을 하고, 영상을 보며.
지금 하는 것처럼 살다가 죽었으면 합니다.
그게 행복합니다.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다 포기하고 싶어요.
복잡한 것도 생각하기 싫습니다.
내가 과연 무엇을 해야합니까.

이렇다하더라도 남이 무언가를 바라거나 시키면 하겠지요.
남들에게서 그 가짜시선을 느낀다면 그에 부응하기 위해 다시 일어서겠지요.
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도피하고 싶습니다.
도망치고 싶어요. 다가오는 미래가 밝기보다는 어두워보여서 그만두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밝음보다, 희망보다 절망만 보이는 것 같아 그만두고 싶습니다.

포기하고 싶습니다. 다 때려치우고 그만두고 싶습니다.
왜 선택이라는 것이 존재합니까. 그냥 누군가 확정해주십시오. 내가 그걸 하겠습니다.
무섭습니다. 그 선택이 나에게 다가올 결과가.
남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으니 두려운 것이겠죠. 남이 내 선택에 대해 비웃을 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무섭습니다. 너무 무서워요.

그만하고 싶습니다.
무엇을 해야합니까. 무엇을 위해 살아야합니까. 무엇을 선택해야합니까.
무엇을 얘기해야합니까. 무엇을 찾아야합니까.     
A. 답변

 

안녕하세요. 윤지님.
서울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사이버상담원입니다.

 

윤지님의 무거운 마음과 고민이 담긴 글 읽어보았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로 몸과 마음이 불안하고 약해진 상태에서 2주 전의 어머니와 갈등이 윤지님의 일상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더해준 것 같아 걱정되는 마음이 크네요.

 

부모님께서 2년 동안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보겠다는 제안을 허락해주셨는데, 집에서 공부하는 윤지님을 향해 ‘네가 되겠냐’고 하시며 백수 취급하는 어머니의 말과 행동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을 것 같네요. 공무원 시험을 결정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망설임과 불안한 마음으로 힘들었을 텐데, 윤지님의 선택과 결정을 응원하는 아무도 사람이 없다고 느껴져서 더욱 서럽고 답답한 마음이었을 것 같네요.

 

2주 전에 어머니께서 윤지님이 몰래 담배 피우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공부하던 책과 가방을 태우시며, 윤지님을 때리는 어머니를 향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으셨던 것 같네요. 윤지님의 행동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어머니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고 간섭처럼 전화를 자주 하시는 아버지의 행동에, 힘이 빠지고 아무런 의욕이 나지 않는 무기력한 상황인 것 같네요.

 

언제부터,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부모님을 향한 윤지님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은 오랜 시간 지속하였던 것 같네요. 윤지님의 동생분은 비교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같아 윤지님 스스로가 예민하고 이상한 건가 라는 의문이 들고, 어색하고 눈치 보게 되는 집 분위기에서 윤지님의 답답한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현재 공무원 시험을 약 4개월 정도 앞둔 상황에서 공부에 대한 의욕도 없고, 삶에 대한 의욕도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요.

 

지금은 윤지님에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윤지님께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터놓는다면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만약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시라면, 청소년 전화 (+지역 번호 ) 1388을 누르시고, 간단한 전화 상담을 진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봅니다. 전화 상담은 청소년 전화 1388뿐만 아니라, 생명의 전화 (1588-9191)와 사랑의 전화 (1566-2525)를 통해 전화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1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시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과 공부 스트레스, 혼자 공부하며 느꼈던 외로움과 고독감 등 마음의 무게가 점차 무거워진 것 같네요. 이런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는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고, 짧은 통화를 통해서나마 윤지님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상담 답변을 읽는 시간이나마 응어리진 윤지님의 마음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사이버 상담을 원하신다면 다시 한번 글을 올려주시면 답변을 올려드리겠습니다.


-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사이버 상담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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